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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국조 칼럼]2013 노벨평화상

시리아의 맹독성무기 폐기 노력 기울인
화학무기금지기구에 수상 영예 돌아가
다시 한 번 맑은 공기의 소중함 일깨워

2013-10-21     경상일보
▲ 신국조 유니스트 석좌교수 서울대 명예교수·화학

인간은 누구나 숨을 쉬며 살고 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면 상쾌한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오염된 공기에 접하면 불쾌감을 느끼고 더 심하면 신체에 적신호가 켜진다. 이보다 더 위험한 독가스에 노출되면 우리의 몸은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한창 데모가 많이 일어나던 시절에 곳곳에서 터지는 최루탄 가스로 데모 참가자나 일반 시민 모두가 눈이 따갑고 눈물을 줄줄 흘리던 기억이 날 것이다. 또한 군대에서 화생방 훈련 도중 폐쇄된 가스실에서 정체 불명의 ‘독가스’를 실제로 마시고 눈물, 콧물, 기침 그리고 이어지는 호흡 곤란과 어지러움을 겪어 보았을 것이다.

2013년 노벨상 평화상 수상자는 개인이 아니고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화학무기금지기구’이다. 이 국제기구에는 190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1997년에 합의된 ‘화학무기금지협약’의 이행을 관장하고 있다. 최근 이 기구의 중요한 활동은 시리아 정부가 반군에 대하여 맹독성 화학무기로 신경가스인 사린을 사용한 것에 엄중 항의하고 유엔과 더불어 시리아의 화학무기 검증 및 폐기를 위한 노력을 한 것이다.

실제로 화학무기의 사용을 금지하려는 노력은 이미 1899년 ‘헤이그 조약’에서 비롯되었다. 이 조약에서는 질식성 또는 독성가스를 담은 탄두의 발사를 금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1914년에 발발한 1차 세계대전은 참호전 형태의 대치상태가 지속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효과적인 독가스 형태의 화학무기가 사용되었다. 이 중에는 최루가스, 염소가스, 포스젠, 머스터드 가스 등이 있었다. 이 중에도 가장 치명적인 것은 가장 맹독성이면서도 무색, 무취, 무미의 포스젠이었다. 수 많은 양쪽 군인들이 화학무기의 희생자가 되었고 그 폐해를 실제로 겪은 나라들을 중심으로 전쟁이 끝난 후 1922년에 스위스 제네바에 다시 모여 ‘제네바 의정서’에 합의하였다. 이번에는 치명적인 독가스와 세균무기의 사용도 함께 금지하기로 하였다.

그 후 2차 세계대전에는 대체로 화학무기의 사용이 억제되었다. 그러나 독일의 나치정권은 홀로코스트로 알려진 아우슈비츠에서의 유태인 학살에 치클론 B를 사용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다. 치클론 B는 맹독성인 시안화 수소를 발생시키는 살충제이다. 시안화 수소는 미국에서도 가스실에서 죄수의 사형 집행에 사용되기도 하였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여러 곳에서 사고 및 테러에 의한 독가스 피해가 발생하였다. 20세기 최대의 산업재해인 ‘보팔재난’은 1984년 인도 보팔시의 미국계 농약회사에서 발생한 사고로 그 지역에 치명적인 독가스가 누출되어 수 천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1955년에는 일본 도쿄에서 ‘지하철사린사건’이 발생하여 13명이 사망하고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한국에서도 독가스 유출사고가 종종 발생하였다. 2012년 구미의 어느 공장에서 불산가스가 누출되어 5명이 사망하고 그 주변의 농작물이 모두 누렇게 고사하였다. 불산가스 누출사고는 2013년에도 여러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불산가스 뿐만 아니라 프레온, 염소가스 누출 사고도 발생하였다.

화학무기를 통한 독가스의 살포나 화학공장에서의 사고로 인한 독가스 누출의 특징은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는 기체의 특성으로 인하여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이 원인도 대처 방법도 모르는 상태에서 단 시간 내에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색깔이나 자극성 냄새가 없는 독가스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전쟁에서 독가스 성분을 포함한 화학무기의 사용은 국제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나 전황이 불리해지면 언제든지 사용할 가능성이 있으니 이에 대한 화생방 훈련 및 보호 장비의 보급 등으로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화학공장에서의 독가스 누출사고는 시설의 정비와 직원들의 안전교육등 철저한 관리를 통하여 예방되어야 할 것이다. 여러 공장들이 밀집된 화학산업공단에서는 연쇄폭발로 인한 대규모 독가스 누출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될 것이다. 그러나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사고 내용을 행정 당국에 보고하여 인근 주민들에게 사고 내용을 알리도록 하고 신속한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하거나 은폐함은 심각한 범죄행위이다. 무엇보다도 주민들이 영문도 모르고 피해를 입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올해 노벨평화상은 우리에게 다시 한 번 독가스에 대한 경각심과 맑은 공기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신국조 유니스트 석좌교수 서울대 명예교수·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