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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수필]세월(歲月)

2013-10-27     경상일보
▲ 변종수 개인택시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세월의 흐름을 더 실감하는 것 같다. 그런데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감각이 무뎌지고 나이를 잊은 채 살아가는 노인네들을 볼 수 있다. 옛날 고향동네 어느 할머니께서 “니가 벌써 결혼을 해서 애가 저렇게 컸으니 내가 얼마나 늙었겠노”하시던 말씀이 지금 내 나이에 새삼 생각이 난다. 말없는 세월은 우리 인생을 어느새 젊음이 늙음으로 변하게 하고 생(生)이 사(死)로 바뀌는 자연의 섭리 속에 살아가고 있다.

또 어르신들이 “아 세월은 유수(流水)와도 같구나”라고 했다. 세월이 물과 같은 속도로 흘러간다는 이 말은 그 시대의 슬로우 라이프스타일(Slow life style)의 생활형태를 말해주는 것 같다. 요즘 와서는 세월이 총알과 같다고 하니 말이다. 삶의 환경이 옛날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변했고 또 생활이 바빠서 언제 세월이 가는 줄도 모르고 산다는 의미일 것이다. 바로 모든 것이 초스피드생활화가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유수이든 총알이든 과연 세월이 수치적으로 얼마나 빠른가를 생각해 보면 알 수가 있다. 예로 들자면 서산마루에 해가 걸려있는데 저 해를 놓치지 않고 계속 보려면 얼마나 빨리 달려가야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 문제를 풀기위해서는 지구의 자전(自轉))과 공전(公轉)의 원리를 먼저 생각해 보자.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돌고 있는데 지구자체가 360도 회전을 하는 것이 자전이고 한번 자전하면 하루가 되고 24시간이 걸린다.

그러면 지구가 자전을 하는데 1일 24시간이 걸리면 지구둘레가 약 4만km이므로 여기에 24시간을 나누면 답이 나온다. 한마디로 시속 약 1666km로 달려가야 해를 놓치지 않고 계속 볼 수 있고 이를 초로 계산해 보면 초당 약 463m로 달려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세월이 총알이라고 하는 말이 더 실감이 난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오면서 막연히 세월이 유수와 같기도 하고 총알 같기도 하다는 말은 각자 삶의 형태와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과학적인 증명으로 세월의 속도를 수치 값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운 일이다.

이렇듯 인생은 세월이라는 열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데 중간에 쉬었다가 갈수도 없고 쉼 없이 달려가야 한다. 인생여로에 수많은 인연으로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고 세월의 열차에 먼저 탄 사람이나 늦게 탄 사람이나 각자 종착역이 따로 있듯이 우리 인생은 이름 모를 종착역에서 삶의 무거운 짐을 내리고 영원히 쉬어가는 것이라 하겠다. 사랑도 미움도 영원할 수 없고 돈도 명예도 다 가져갈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면 같은 세월의 열차 속에서 내가 내릴 다음의 종착역을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인생의 참 의미를 깨닫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변종수 개인택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