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이야기로 읽는 세계명화](74) 오딜롱 르동의 ‘감은 눈’

내면을 바라보는 그림

2013-11-26     홍영진 기자
▲ ‘감은 눈’ 캔버스위 유화, 36×44cm, 1890년작, 프랑스 오르세미술관.

서양의 미술작품은 전통적으로 눈에 보이는 외경, 즉 사물을 보고 그리는 모방(mimesis)이라는 특성을 가진 예술의 장르였다. 때문에 사물을 닮게 그리는 묘법을 주요한 내용으로 삼아왔다. 우리가 흔히 아트(art)라고 하는 말은 아르스(ars)라는 그리스의 ‘기술’이라는 말에서 유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화가들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사물을 냉철하고도 지적인 관찰과 체계적인 규범에 의해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심리를 캔버스위에 옮겨놓기 시작한 것이다. 모방하는 그림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방하는 전통적인 화가들이 장인에 가깝다면 표현하는 화가들은 예술가로 불러지는 오늘날의 화가에 가깝다 하겠다. 표현하는 대표적인 작품의 사례로서 형상을 전혀 그리지 않는 추상화를 꼽을 수 있다. 또한 현대에 이르면 사물을 단순히 닮게만 그리는 것을 구태의연하게 여기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르동(Odilon Redon, 1840~1916)의 작품은 매우 심미적이고 탐미적이다. 미술이론가들은 그가 그린 형상과 색채는 모두 자신의 무의식에서 끌어올려진 또 하나의 자신의 모습으로 여긴다. 이러한 그의 작품제작 태도는 이후 미술사에서 많은 영향을 주어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불러지는 마르쉘 뒤샹은 “나의 미술의 출발점은 르동으로부터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미술의 전형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으로서 르동의 작품세계를 꼽은 것이라 하겠다.

예시된 작품 ‘감은 눈’은 완숙한 50세에 그린 작품으로서 그의 작품에 대한 깊이와 내면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림은 햇살을 받고 있는 바다의 수평선에 거대한 크기의 여인이 고요히 눈을 감은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을 하고 있다. 자신에 도취된 듯 혹은 자신의 깊은 무의식을 여행하는 듯 한 여인의 모습은 매우 평화로워 보인다. 간단하게 처리된 형상과 색채는 매우 선명하고 따뜻하며 전체의 분위기는 온화하다.  

▲ 곽영화 화가·칼럼니스트

단순하게 처리된 배경은 오로지 자신의 내면만을 향한 여인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에 부족함이 없다. 고요한 수면위에 그려진 여인의 피부색과 청색 배경의 청아한 색조는 고요하고 맑은 여인의 내면을 보는 듯하다. 그림을 천천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림을 보는 우리들 자신의 내면으로 안내를 하기에 신비로운 느낌도 든다. 때문에 감상자와의 공감이 크게 만들어 지는 그림을 알게 된다. 당시의 작가들은 르동의 이 작품을 보고 비가시적인 세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평한다. 가시적인 세계보다 비가시적인 세계가 더욱 아름다우며 진실하다는 철학적 평이기도 하다.

그의 이러한 작풍의 배경에는 유년시절부터 줄곧 접해왔던 문학과 음악, 철학의 영향 때문이라 알려진다. 오늘날의 표현하는 미술가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을 르동의 작품이 크게 시사하고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