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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혁 칼럼]피곤하시죠?

정치 혐오·경제 불확실·양극화 심화 등
피로 가중으로 주관적 만족도 떨어져
적극·건설적 반응하기 국민운동 제안

2013-12-09     경상일보
▲ 임진혁 유니스트 교수·경영정보학 박사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만나는 사람들이 던지는 첫마디는 예외 없이 “피곤하시죠?”이다. “아니요.”라고 하면 면박을 주는 것 같아 “그렇죠, 뭐.”라고 대답하는데 이젠 익숙해 졌다. 이런 경우에 미국에서라면 한국식으로 “You are tired, aren’t you?” 혹은 “You must be tired.”라고 묻는 것에 상대방은 당황할 것이다. 미국 문화에서는 “여행이 좋았나요?” 혹은 “여행이 즐거웠겠습니다.”라는 긍정적 반응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동양과 개인의 경험을 중시하는 서양의 문화적 차이인지, 아니면 사회적 환경에 의한 심리적 차이일까?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게이블은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을 한 축에는 ‘적극적’ ‘소극적’ 그리고 다른 한 축에는 ‘건설적’ ‘파괴적’이라는 지표로 측정하여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적극적이고 건설적’, ‘적극적이고 파괴적’, ‘소극적이고 건설적’, ‘소극적이고 파괴적’ 4가지 반응 중에서 당연히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반응이 관계를 더욱 향상 시킨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이고 파괴적 또는 소극적이고 파괴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문제이다. 더구나 나쁜 일이 생겼을 때는 더욱 그런 반응을 보이게 된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한국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하다. 남도 아닌 사촌 혹은 아는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겼다면 ‘적극적이고 건설적’으로 반응하여 축하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관계가 더욱 돈독해 질 텐데 반대로 반응하면 관계가 악화되고 결과적으로 서로 피곤해 진다.

여행을 마치고 느끼는 육체적 피곤은 그래도 휴식을 통해 풀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현상으로 인해 겪게 되는 정신적 피곤은 요즘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18대 대통령의 단임 임기의 첫 일년이 다 지나가는데도 끝없이 되풀이되는 대선 불법선거 및 불복 시비와 이로 인해 불거진 정치권의 극한 대치상황에는 양보와 협상이란 정치의 기본은 간 곳이 없다. 마치 치킨게임(chicken game)을 보는 듯 벼랑 끝 전술을 구가하며 칼날이 선 말들로 기 싸움을 하는 정치권에 대해 선거 때 가졌던 희망이 혐오감으로 변해간다. 여기에 틈만 보이면 끼어들어 ‘대통령 사퇴’ 등을 외치면서 갈등을 부추기는 상식을 벗어난 종교인들과 각종 사회단체들이 우리 모두를 피곤하게 한다. 일본 아베정권의 국수적 역사인식과 중국 시진핑 정권의 지나친 대국의식이 그 중간에 낀 한국과 영토 및 방공식별구역 마찰로 이어지고 있다.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예측불허의 권력변화 조짐이 추가 되면서 불안감과 사회적 피로감이 가중된다.

최근에 발표한 OECD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인의 삶 만족도는 계속 하위에 있다. 특히 ‘사회적 유대감’은 꼴찌에서 3번째로 낮다. 그리고 통계청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민 중 소득 직업 교육 재산 등을 고려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하층이라고 대답한 국민이 46.7%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제적 불확실성과 양극화의 심화로 인한 심리적 피로가 가중된 결과로 주관적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남아공의 첫 흑인 대통령이었던 넬슨 만델라가 타계했다. 그는 무자비한 인종차별에 대해 끝없는 적개심과 보복이 아닌 화합과 용서로 350년간의 흑백분규를 종식시켰다. “적과 평화로운 관계를 원한다면 적과 함께 일하십시오. 그러면 적은 파트너가 됩니다.”라면서 자신을 탄압한 백인들에게 손을 내밀어 남아공의 인종갈등을 치유하였다. 한국에도 국민 통합과 통일 준비를 위해 이 같은 국가적 원로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사회적으로 쌓여가는 피로에 대한 회복제로 무작위 친절 베풀기, 감사하기, 적극적이고 건설적으로 반응하기 같은 국민운동을 제안한다.

정기적으로 매달 칼럼을 쓰기 위해서 다양한 칼럼 소재들을 생각이 날 때마다 기록을 해 두고 관련 자료들을 틈틈이 수집한다. 마감일 일주일 전에는 10여개의 수집된 소재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주말에 집중적으로 작성하여 완성한다. “힘드시죠?”라고 묻기에 “즐거운 마음이니까 쓰지, 일이라고 생각하면 피곤해서 못 씁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매달 두 번째 화요일 아침에는 새벽잠에서 깨자마자 내가 쓴 칼럼을 스마트폰으로 찾아서 독자의 입장에서 읽어 보는 기쁨을 누렸다. 2012년 7월부터 그런 마음으로 기명칼럼을 시작하여 어느새 20편을 썼다.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하고 쉬고자 한다. 그 동안 성원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내년에는 외부적 여건이 어떠하더라도 그로 인해 ‘나는 피곤해 지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더 행복한 한 해를 맞길 바란다.

임진혁 유니스트 교수·경영정보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