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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읽는 세계명화](75) 램브란트의 ‘63세 때의 자화상’

끝없는 자기성찰의 그림

2013-12-10     이재명 기자
▲ 캔버스위 유화, 86×70cm, 1669년작, 런던 내셔널갤러리소장.

자화상이란 자신의 얼굴을 그린 그림을 말한다. 거울이나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화가들은 사진보다 거울을 보고 그리는 것을 선호한다. 작고 생동감 없는 사진보다 크고 자세히 보이는 거울이 낫기 때문이다. 자화상을 그리기 위해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몇날 며칠을 보고 있으면 거울속의 자신의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자화상을 그리는 동안 그것이 주는 다양한 추억과 성찰의 반응이기도 하다.

얼굴은 분명 자신을 드러내는 상징이며, 자신에게 솔직한 반성과 성찰을 하게 한다. 이런 점에서 얼굴은 곧 자신의 외형이자 자신이 살아온 궤적과 같은 비중을 갖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타인을 보는 것에는 매우 익숙하지만 정작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살피지는 못한다. 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역사도 그렇다. 고대로 갈수록 인간은 물에 비친 얼굴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 뿐이다. 때문에 당시의 벽화나 조각품에는 아이들 그림처럼 잘 보이는 손과 발을 크게 묘사하였으며 얼굴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다. 고대의 벽화나 조각품에 얼굴이 강조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램브란트(Rembrandt Harmensz 1606~1669)는 세계의 작가들 중에 자화상을 가장 많이 제작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가 유독 자화상을 많이 그리게 된 동기는 유럽의 다른 나라와 달리 네덜란드는 성당이나 거대한 건축물에 그림을 그릴 계기가 부족했던 이유로 귀족과 신흥 갑부들의 초상화를 많이 그리게 된 환경적 요인으로 꼽는다. 그는 여유로운 시간이면 자화상을 그려 젊은 그로부터 늙은 그의 얼굴까지 그의 자화상은 ‘그려진 자서전’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 곽영화 화가·칼럼니스트

예시된 그림은 램브란트가 죽은 해에 그려진 생의 마지막 자화상이다. 때문에 그의 기나긴 일생을 마무리하는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탁월한 재능으로 타인의 부러움을 산 청년시절과 성공한 화가로서의 장년기의 명성, 그리고 탕진되고 파산된 재산과 작품의 몰수 등으로 처참하게 어려워진 노년기를 보내고 있는 그의 인생역정의 마지막 모습이기도 하다. 63년이라는 긴 여정에서 그의 인생이 가진 희노애락의 다양한 감정이 녹아있는 그림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그가 평소 즐겨 그렸던 분위기와는 다르다. 연극의 등장인물처럼 자신을 드러내고 꾸며서 강조했던 이전과 달리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져 있지 않고 그저 초췌한 모습으로 관람객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조에서 이마에 모여진 광선만이 그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전의 자화상과 달리 소탈하고 인간적인 모습은 그의 명성과 비교한다면 인생의 무상과 애잔함이 밀려온다.

램브란트처럼 자화상을 그리지는 못해도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기도 하고, 꾸미지 않은 자신의 얼굴을 매년 사진으로도 남겨서 본다면 얼굴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속삭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