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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읽는 세계명화]풍자와 해학의 표현주의

(78) 게오르그 그로스의 ‘사회의 기둥들’

2014-02-11     이재명 기자
▲ <사회의 기둥들> 캔버스위 유화, 200×108㎝, 1926, 베를린 국립미술관.

이미지는 말과 글보다 명료하고 강하게 전달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현상을 일일이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직접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 상책인 이유이다. 도서관(圖書館)이라 부르는 곳은 그림과 책을 모아두는 장소를 말한다. 언어로 된 책과 그림이 지식전달과 소통의 중심적인 매체이기 때문이지만 그림 ‘圖’자를 책인 ‘書’자 보다 먼저 쓰는 이유는 그림이 더욱 요긴하기 때문이다. 사진기가 없는 옛날에는 그림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도감(圖鑑)과 같은 사실적인 지식의 전달이었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사실을 전달하는 도감과 같은 그림이 예술로 발전을 하면서 오늘날의 작품으로서의 기능을 갖게 된다. 곧 단순한 사실을 전달하는 역할에서 진실을 전달하는 매개로서 기능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사물을 단순하게 모방하는 것에서 탈피하여 작가의 예술철학이 첨가되어 표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게오르그 그로스(Georg Grosz·1893~1959)는 진실을 표현하는 것이 작품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예시된 그림에는 다섯 사람이 등장하고 있지만 표현방식이 매우 우스꽝스럽고 코믹하다. 모두 단순하게 처리되어 있으며 허수아비 인형처럼 인위적인 등장인물들은 그로테스크하다. 이 그림은 1926년에 그려진 그림으로서 제목인 ‘사회의 기둥들’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의 독일사회를 이끄는 권력자들의 속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맨 앞쪽의 칼을 든 사람은 넥타이에 나치의 로고가 그려져 있다. 당시의 귀족 정치주의자를 상징하는 이 사람의 열린 머릿속에는 전쟁을 준비하는 기사로 가득 차 있으며, 얼굴의 칼자국은 그의 호전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이한 점은 귀가 없으며 그가 쓰고 있는 안경은 앞이 보이지 않는 안경이다. 현실을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는 성향을 상징한다.  

▲ 곽영화 화가·칼럼니스트

왼편의 신문을 움켜 쥔 사람은 언론인으로서 머리에는 쇠로 만든 요강을 머리에 쓰고 철모로 활용한다. 언론계의 권력자로서 평화의 상징인 종려나무를 들고 있지만 잎에는 피가 묻어 있다. 왼편의 뚱보는 국회의원이다. 머릿속에는 똥으로 가득 차있으며 손에는 자신이 소속된 당의 깃발을 들고 있다. 뒤편에는 성직자로서 술로 인해 코가 빨갛다. 창밖의 도시가 불타고 있지만 다급한 현실을 외면하고 설교만을 일삼는다. 뒤의 군사들은 권력자들의 보호를 위해 칼을 들고 시위를 한다.

그로스가 권력자들의 속성을 풍자한 이 작품은 단순한 그들의 초상화가 아니라 그들을 통한 당시 독일사회의 진실을 알리는 소통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국가를 이끄는 기둥과 같은 인물들의 진실이 이미지를 통해 명료하고도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히틀러의 등장을 예고하는 그로스는 이 그림을 이유로 권력자들의 미움을 받아 망명의 길을 떠난다.

그러나 이미지가 가진 소통의 힘은 이렇게 강하면서도 작품이라는 미명으로 끝없이 미술관에 전시되면서 당시의 진실을 상기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현재 독일의 국립미술관에서 영구 전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