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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숙 칼럼]선택, 선거, 그리고 정치인

러시아행 선택한 빅토르안, 금메달로 결실
6·4선거 유권자, 긍정적 결실 얻기 위해서
후보들의 능력과 진심 읽어내는 것이 관건

2014-02-17     정명숙 기자
▲ 정명숙 편집국장

그가 말하는 ‘선택’이란 단어가 유난히 마음 속에 들어왔다. 이제 러시아 대표 선수가 돼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딴 빅토로 안은 “운동을 너무 하고 싶었고, 부상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너무 컸다. 그 때문에 내가 최대한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러시아로 오게 됐다.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안현수는 빅토르안이 되기로 했던 선택이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가 태극마크가 아닌 러시아 대표로 우리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가져 갔음에도 우리 국민들도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그의 선택을 지지하는 셈이다.

안현수 또는 빅토르 안이란 이름은 이제 한 사람을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우리 사회현상을 나타내는 보통명사가 되고 있다. 용어사전 등재용으로 해석을 달면 안현수는 ‘어떤 조직에 있어 오랜 파벌 싸움의 희생양’ 쯤으로 해석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빅토르 안은? ‘원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 선택’ 또는 ‘오기로 일구어낸 성공적 선택’이라고 하면 적당할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하는 강렬한 욕망에 의한 선택이 그의 오늘을 있게 한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에게 수많은 선택을 강요한다. 6·4 지방선거 역시 유권자라는 이름의 국민의 선택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울산은 이번 선거에서 12년만에 시장을 바꾸어야 한다. 12년만의 새로운 선택. 후보자 못지 않게 유권자들도 가슴 떨린다. 우리는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현재 출마를 선언한 후보는 새누리당의 김두겸 전 남구청장과 통합진보당의 이영순 전 국회의원, 정의당의 조승수 전 국회의원이다. 새누리당에서는 현직 국회의원 2명도 곧 출마대열에 설 전망이다. 강길부 의원이 출마선언을 눈앞에 둔 시점에 해외출장을 떠났다. 변수가 있을 지는 모르겠으나 강 의원은 그동안 가열차게 출마준비를 해왔다. 김기현 국회의원의 출마선언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윤두환 전 국회의원도 3월 피선거권 회복과 함께 출마를 선언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현재까지의 후보를 보면 1명의 구청장 출신과 5명의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울산시장을 선택한 것이다. 후보들 중 정치신인은 없다. 수년동안 정치를 해온 그들이 울산시장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유권자들은 이 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들을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야심이 우선인 후보는 배제 1순위로 놓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정치인을 뽑으면서도 정치인같지 않은 사람을 선호한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라는 정치의 사전적 의미와는 달리 ‘정치적’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상당히 부정적인 언어로 사용된다. 약삭 빠르다거나 허풍이 심하다거나 책임감이 없다거나 하는 등의 의미다. 6·4지방선거에서도 우리의 선택은 아마도 덜 정치적인 사람을 뽑는데 초점이 모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치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정치적이라 할 수는 없다. 정치적 경력을 울산시장 수행의 자산으로 활용할 능력이 있는 후보는 선호해도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능력이다. 울산시의 새로운 비전을 만들수 있는 거시적 안목의 능력 말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시장뿐 아니라 교육감도 선출해야 하고 4개 구청장과 울주군수, 광역·기초의원도 뽑는다. 조금의 차이는 있겠으나 그들에 대한 선택기준도 마찬가지다.

선택의 순간은 늘 불안하다. 그 불안은 결과가 성공적으로 나타날 때 비로소 사라진다. 빅토르 안은 금메달이란 성공으로 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있게 된 것이다. 우리도 4년 뒤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스케이트를 잘 타야했던 안현수의 선택보다 더 불확실하다. 그는 그 자신의 노력으로 자신의 불안을 털어낼 수 있었으나 유권자들은 그 선택을 직접 노력으로 연결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다수 유권자가 선택한 우리의 시장이 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유권자들도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유권자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후보자들의 능력과 진심을 읽어내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할 뿐이다.

정명숙 편집국장 ulsan1@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