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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새내기가 본 울산 디자인 (2)]축제, 지금부터 제대로 디자인하자

2014-02-25     경상일보
▲ 안병학 울산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해마다 서울, 경기는 물론 지역 지자체를 중심으로 무수히 많은 축제가 경쟁적으로 열린다. 수박축제, 곶감축제, 막걸리축제, 한우축제 등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축제가 있는가 하면, 해돋이축제, 벚꽃축제 등 지역의 자연경관을 이용한 축제도 있다. 지역 출신 주요인물을 내세우는 축제가 있는가 하면, 소리축제, 재즈축제, 영화축제 등 예술제가 기획되기도 한다. 고싸움놀이축제, 소싸움축제, 고인돌 문화축제 등 지역의 민속을 소재로 한 축제도 있고, 또 지역의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주제로 하기도 한다.

울산도 예외는 아니다. 한글문화예술제, 고래축제, 옹기축제, 가지산고로쇠축제, 쇠부리축제, 간절곶해맞이축제, 봉계황우쌀축제, 동구문화축제, 대운산철쭉제 등 많은 축제가 열린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전국시도별 지역축제 개최계획’에 따르면 연간 2429개의 축제가 열리고, 이 중 국고지원을 받는 축제는 총 720개에 달하며, 국고지원 예산은 총 200여 억 원에 이른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지자체 중 도 단위 지자체를 제외한 단일 시 단위 지자체 중 서울은 연간 108개 축제에 약 190억 원, 부산은 41개에 약 110억 원, 대구는 35개에 약 100억 원, 울산은 11개 축제에 약 67억 원을 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한가지 눈여겨 볼 것은 울산은 연간 약 3~4배 더 많은 숫자의 축제를 운영하는 부산이나 대구보다 약 50% 더 많은 예산을 책정하고 있고, 10배가량 많은 축제를 운영하는 서울보다 약 28% 많은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울산은 이미 축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많은 지자체 예산을 배정하고 있는 것이다. 축제가 단순히 지역을 알리는 홍보 수단을 넘어 지역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타 지역과의 문화교류를 촉진하며, 울산을 경제뿐만 아니라 경남 지역 문화의 거점도시로 자리 잡도록 하는 데 매우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전국의 모든 축제가 긍정적인 역할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개성 없이 경쟁적으로 만들어지는 축제가 있는가 하면, 지역의 문화와 역사성에 대한 진지한 고려 없이 정량적 성과 위주의 운영으로 진정한 교류와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전시성 행사로만 끝나는 경우도 많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빙어축제, 산천어축제, 송어축제 등 변별력 없이 장삿속으로만 치닫는 축제들이 있는가 하면, 지역성에 대한 성찰 없이 똑같은 소재로 만들어진 유채꽃축제가 전국에 퍼져 있다. ‘진주남강유등축제’와 ‘서울등축제’는 서로 베낀 축제라며 지자체 간 갈등을 겪기도 했고, 부산 해운대구는 ‘모레축제’를 상표등록하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대한민국은 지금 ‘축제 천하’다. 따뜻한 봄이 오면, 서늘한 가을이 오면 또다시 축제 열기로 들썩거릴 것이다. 그리고 많은 예산이 집행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난해 울산의 대표 축제에 참여하며 느낀 것은 그야말로 ‘체계적인 준비과정 없음’이었다. 문제는 축제의 질이다. 울산만의 무엇을 만들고자 한다면, 우리만의 동네잔치에 큰 돈을 쏟아붓지 않으려면, 아직은 쌀쌀한 지금부터 꼼꼼하게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을까? 축제, 제대로 디자인해야 한다. 안병학 울산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