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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 칼럼]경제개혁, 비효율성 제거에서부터 시작해야

돈 뿌리는 정책과 좀비조직 양산하는 경제
결국 위기라는 모습으로 대가를 치르게 돼
공정한 경쟁 일어나도록 과감한 개혁 필요

2014-03-06     경상일보
▲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정책을 사용해서 요행을 바랄 수는 없다. 아무리 근사한 구호나 슬로건으로 정책을 포장하더라도 정책 결과를 예측할 때는 대박, 요행 그리고 우연은 금물이다. 근래 남미에서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을 사용했던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을 우려섞인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제법 긴 시간동안 “우리 나라는 달라요”라는 말을 반복해 왔다.

베네수엘라는 엄격한 수입금지에 바탕을 둔 물가 억제책과 원유 수입에 기초한 보조금 지원 정책으로 유명하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정책들은 대부분 반시장적인 경향을 지니고 있었다. “우리는 다르다”고 자신감 있게 말하는 차베스 전 대통령에게 환호를 보냈던 사람들에 드디어 본격적인 비용청구서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돌아오고 있다.

아르헨티나 역시 무리한 국유화로 대표되는 정책으로 국제 사회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왔다. 2년전 무리한 방법으로 국유화를 단행했던 스페인 투자기업에 50억달러를 물어주어야 하는 딱한 사정에 처하였다. 뿐만 아니라 외환보유고는 급감해 다시 한번 외환위기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살림살이가 기대한 것만큼 나아지지 않으면 사람들은 단기적인 성과를 약속하는 정책에 귀가 솔깃해진다. 정책 입안자들 역시 무리한 정책임을 알면서도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그런 정책들을 내놓을 수 있다. 이런 정책들은 포장을 근사하게 하더라도 대부분 특정한 사람들이나 단체를 위한 보조금 지원 정책이나. 특정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규제 등의 모습을 취하게 된다.

최근에 박근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경제혁신 3개년 개혁을 들여다 보자. 필자의 눈에는 재정자금을 투입해서 창조 혁신을 도모하려는 정책가들의 조급함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청년 창업 펀드 7600억원 추가, 2000억원 규모 한국형 요즈마펀드조성, 창조경제 비타민 프로젝트 확대 등 하나 하나 살펴보다 보면 포장을 어떻게 하든지 간에 돈을 투입해서 창조혁신을 일으키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미 시중에는 정부가 푸는 주인 없는 돈을 잡기 위해서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 이야기로 화제가 될 정도이다. 정책들 가운데 선의로 포장되지만 나중에는 상당한 후유증을 남기고 마는 것이 많지 않는가?

돈을 투입해서 벤처를 일으키고, 돈을 투입해서 경제를 일으킨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기나 한가? 정책을 펼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존재하고 있는 비효율적인 정책들을 폐기하는 일은 생색이 나지 않는 일이다. 따라서 새로운 정책을 양산해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진정으로 경제를 살리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만드는 일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것 가운데 불필요하고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체계적으로 과감하게 폐기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혁신과 창조는 보호나 지원에서 절대로 생겨날 수가 없다. 그것은 이론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충분히 입증된 일이다. 진정으로 나라 경제를 살리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공정하고도 치열한 경쟁이 시장에서 일어나고 자원의 재배치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과감한 개혁을 시도해야 한다. 자원을 낭비하는 정책이나 보조금에 연명해서 활동하는 좀비 조직들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상황에서 혁신경제는 그저 말의 성찬에 불가할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무엇인가를 더하거나 나누어주는 정책에 비해서 제거하는 정책은 고통이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오랫동안 보조금에 기대서 크고 작은 득을 본 사람들이나 집단들에겐 큰 위협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사람들이나 집단이 수적으로 적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다수를 차지한다면 이들의 반발이나 저항을 무릅쓰고 올바르지 않은 정책들을 제거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어느 나라건 말의 성찬은 요란하지만 실질적인 개혁이 힘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마냥 이처럼 제대로 된 개혁을 미룬다면 그냥 넘어가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은데 우리의 고민이 있다. 돈을 뿌리는 식의 정책과 생산성이 떨어지는 분야에 만성적인 배치가 이루어지는 경제는 반드시 그 비용을 위기라는 모습으로 경험하게 된다. 우리가 미리 미리 경제 체질의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