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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읽는 세계명화](81) 고흐의 ‘꽃피는 아몬드나무’

봄의 마음

2014-03-25     이재명 기자
▲ <꽃피는 아몬드나무> 캔버스위 유화, 73×92cm, 1890년, 네덜란드 반고흐미술관.

따스한 봄기운이 완연하다. 어김없이 오는 올해의 봄소식을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1853~1890)의 ‘꽃피는 아몬드나무’를 통해 전해 본다. 이 그림을 선택한 이유는 수년전에 각 나라별로 명화의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인상파 화풍과 고흐의 작품이 단연 으뜸으로 꼽히는 조사결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러한 조사결과를 통해 세계인의 마음은 모두 비슷한 취향과 선호도를 갖고 있음을 느낀다. 봄을 맞는 마음도 세계의 사람들은 모두 비슷할 것이라 여긴다.

봄이 오면 사람들의 마음은 밝고 선하며 아름다워진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펴기도 하고 주말에는 가까운 산이라도 오르고 싶다. 세상살이가 힘들어도 오래간만에 절친한 친구를 만나 수다도 떨고 싶고 소주라도 같이 기울이고 싶다. 그리고 마음은 너그러워져 사람들의 작은 실수는 여느 때 보다 쉽게 용서가 되기도 한다. 아마도 봄이 마음을 가졌다면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보고 싶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아몬드나무의 하얀색 꽃은 서로 어울려 단순하면서도 조화롭다. 꿈 많은 사람들의 청아하고 맑은 영혼을 순백색의 순수한 마음으로 곱게 표현한 듯싶다. 꾸불거리는 터치는 고흐 특유의 나뭇가지가 되어 꿈틀거리는 생명감을 더욱 느끼게 한다. 봄을 맞는 사람들의 모든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이러한 그림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연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그림은 고흐가 자살한 해의 마지막 봄에 그린 그림이다. 그가 37살의 생애에서 느끼는 마지막 봄을 심리적으로 혹은 상징적으로 표현한 그림이 되는 셈이다. 비록 불행한 삶이었지만 짧은 생애를 사는 동안 언제나 그림처럼 소박하고 맑은 인생을 원하지 않았던가. 푸른 하늘에서 내려오는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그저 순백색의 마음으로 마음껏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 그의 소박한 희망이자 꿈이었기 때문이다.  

▲ 곽영화 화가·칼럼니스트

모든 인간은 속된 삶에서 성스러운 삶을 끝없이 지향하며 살아가는 속성이 있다. 이러한 인류의 보편적인 욕구는 철학과 종교를 만들기도 하였지만 또한 철학이나 종교를 통해 영향을 받기도 한다. 작품도 마찬가지다. 고흐는 자신의 따스한 봄날의 아름다움을 아몬드나무의 꽃을 통해 표현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의 그림을 통해 우리의 삶과 봄의 아름다움을 좀 더 깊게 느낀다. 일종의 거울효과라 할 수 있지만 이러한 예술적 결과를 통해 우리는 조화롭고도 보편적인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꿈꾸기 때문에 예술은 영원히 사람들의 순전한 친구가 되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예술은 원형을 탐구하는 것’이라 말한다. 곧 아름다움의 원형을 찾는 예술적인 행위이다. 그러나 예술이 끝없는 아름다움의 원형을 탐구하는 것이라면 전제되어야 할 것이 아름답고도 순수한 마음이다. 자연과 사람을, 혹은 특정한 현상을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관찰하고 직관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모두 예술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현대문화의 담론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자신의 삶의 원형을 찾는 성공적인 삶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세상의 삶이 힘들어도 우리의 삶이 순수하고 맑아야 하는 이유이다. 짧은 인생의 마지막 봄을 보내는 고흐의 삶과 그림이 우리의 삶과 함께 겹쳐지며 봄바람처럼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