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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칼럼]경영자 보수 공개를 보면서

거액 받는 경영자에 대한 질시 존재해
지도층으로서 서민 배려하는 노력 필요
불공정하다는 비판 피하도록 처신해야

2014-04-03     경상일보
▲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당신 수입이 얼마나 됩니까?” 이런 질문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묻지도 답하지도 않는다. 그만큼 곤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어 표현 가운데 ‘샐러리 타부(금기)’라는 표현이 있다. 이 표현에는 상대방이 돈을 얼마나 버는 지를 묻는 것은 교양인의 태도가 아니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대체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버는 가를 궁금하게 여기지만 이를 직설적으로 물어보는 경우는 드물다.

어떤 사람이 얼마를 벌 만한 자격이 있는가는 기준이란 것이 있을 수 없다. 보수는 업종과 기업의 경영 환경이나 성적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 사회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합쳐져 결정된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경영자의 보수를 두고 논란이 이는 실정이다. 역사적인 추이를 보면 점점 일반 근로자와 최고위 임원들 사이의 보수 격차가 확대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전설적인 투자자로 알려진 워렌 버핏도 지나치게 높은 경영자의 보수에 대해 여러 차례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가 있다. 또한 돌아가신 경영학의 대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 교수도 이 문제를 걱정한 바가 있다. 이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추세는 경영자와 근로자 사이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며칠 전 우리 사회도 처음으로 5억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경영자들의 보수를 공개하는 법안에 따라 보수가 공개되었다. 모든 것을 다 알면 좋겠지만 때로는 모르는 것이 약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것에 속하는 것이 경영자의 보수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매년 기업 성적을 보는 것처럼 경영자 개개인의 보수가 얼마인지를 알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시대가 점점 더 투명성을 강조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정의라는 입장에서 공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느 시대나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전반적으로 정의로움에 대한 욕구가 강하고 이를 선호하는 시대라서 경영관련 정보는 계속해서 더 공개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자 보수에 관한 정보 공개를 보면서 내가 오래 전에 만났던 한 경영자가 떠올랐다. 그 분은 지배주주였고 본인이 원한다면 보수를 훨씬 더 요구할 수도 있고 더 받을 만한 자격도 있었던 분이다.

이사회 멤버들이 보수를 더 받으라고 요구하였음에도 스스로 일정 수준이라는 한계를 정하고 그 이하로 받기를 고집하는 것을 지켜본 적이 있다. 사실 이런 경우는 흔치도 않고 모든 경영자에게 요구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어떤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는 데는 어느 정도의 염치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내가 능력이 있어서 이 정도로 받는데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의문을 던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이 여기도 숟가락을 올리고 저기도 숟가락을 올리는 식으로 보수를 받는 일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던 경우도 있었다. 배당 수익은 투자금에 대한 수익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한 개인이 투입할 수 있는 시간, 관심, 에너지 등을 고려하면 여기 저기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두고 거액의 보수를 받는 일은 일반 대중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한번 정도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나는 이렇게 거액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어요“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인간의 뿌리 깊은 본성 가운데 하나가 질투와 시기심이다. 어감이 좋지 않기는 하지만 이런 감정의 뿌리는 상상 외로 깊다.

한 사회에서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본주의 선진국에서 기부활동이 활발한 것도 한편으로는 문화적인 배경이나 개인적인 취향이나 의지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진 자를 중심으로 일반 대중들의 섭섭함이나 질투심을 순화시켜 나가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다. 관찰자 입장에서 얼마가 적정 보수인가를 판단할 길은 없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 실정을 고려하면 “저건 지나치다”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100퍼센트 완벽할 수 없지만 불공정한 일이라는 비판을 가능한 줄일 수 있도록 처신하는 현명함이 필요할 것이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