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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학의 디자인 이야기(4)]디자인은 무엇인가?

2014-04-24     경상일보
▲ 안병학 울산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디자인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사람들은 뭐라고 대답할까?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대답은 이런 것이 아닐까? “무언가 예쁘게 만드는 일” “무언가 멋지게 만드는 일” 일부 맞는 말이다. 우리 실생활에서 가장 피부로 가깝게 접하는 디자인이 대부분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에 관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휴대전화의 가격은 단순히 그 제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 원자재, 부품, 노동 가격의 총합이라고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제품의 외관, 포장, 유통, 광고 등에 디자인이 관여하며 상품 가치를 높이고 시장 상황, 경쟁사 제품과의 관계 등 여러 조건들이 고려되어 휴대전화 한 대의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좋은 디자인이 무엇인가?”라고 바꾸어 묻는다면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왜냐하면 위와 같은 이유라면 좋은 디자인은 아마도 “유형이든 무형이든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여 비싼 가격에 잘 팔리게 할 수 있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잘 팔리게 하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인가?”라고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형태와 기능’의 관계를 놓고 ‘휴대전화’ 디자인을 생각해보자. 휴대전화에 내장된 기능들이 소비자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들이 아니라면, 멋진 외관에 비해 화면 인터페이스가 사용성 측면에서 효율을 떨어뜨린다면, 이런 이유들로 이 휴대전화가 제품의 궁극적인 기능인 상호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우리 삶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여전히 제품의 외관이 멋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휴대전화의 디자인을 좋은 디자인이라 부를 수 있을까? ‘디자인(design)’과 ‘스타일링(styling)’이 다른 이유다.

20세기 초 현대적 의미의 ‘디자인(design)’이라는 용어가 쓰이기 시작한 이래 디자인이 산업에 충실히 기여하며, 가장 효과적인 성장의 도구로 쓰여 왔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관점에서 디자인을 “무언가 예쁘고 멋지게 만들거나 포장하는 일” 정도로 여겨왔다. 때문에 디자인은 늘 ‘있으면 좋고, 없어도 삶과 생명에 크게 불편하지 않은 무엇’이었다. “과연 그럴까?” 20세기의 화두가 ‘성장’ ‘이념’ ‘주체’ ‘대립’ 등이었다면 우리가 처한 21세기는 ‘타자’ ‘관계’ ‘차이’ ‘다양성’의 시대이다. ‘성장’보다는 ‘지속가능성’이다. 디자인이 포장의 도구가 아니라 문화 소통에 기여해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디자인’하지 않았다. 고부가가치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하고, 쓰고, 버려 왔다. “왜 디자인해야 하는가?”를 묻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디자인은 과연 무엇인가?”

안병학 울산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