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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숙의 소소한 세상이야기(42)]대양서점

2014-05-25     경상일보
▲ 배혜숙 수필가

내 꿈은 우리 동네 대양서점의 주인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변변한 도서관도 없던 어린 시절, 읽을거리에 늘 목이 말랐습니다. 대양서점은 신세계로 나아가는 드넓은 바다였습니다. 나는 서점의 유리문에 코를 박고 천연색의 표지가 돋보이는 잡지나 서가에 꽂힌 책의 겉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곤 했지요. 그런 내 모습이 딱해보였는지 얼굴이 하얀 주인아주머니가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습니다. 그날 이후, 가끔 서점의 구석진 곳에 쭈그리고 앉아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겼습니다. <별자리 이야기>를 읽던 날은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 아버지께 꾸중을 들었습니다. 언젠가 꼭 서점의 주인이 되어 마음껏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지혜 샘터 도서관’은 아파트 단지 안의 작은 도서관입니다. 좋은 영화도 상영하고 세미나도 열며 옹글게 운영이 되는 곳입니다. 며칠 전에는 오월을 맞아 분수대 옆에서 북 카페가 열렸습니다. 잔치 마당에는 잠깐씩 차일구름이 햇빛도 가려주었답니다. 신간 서적이 보기 좋게 전시되고 어린이들이 참가한 내 꿈을 그리는 대회도 있었지요. 일류 요리사나 개미박사가 장래 희망인 아이들이 있더군요.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하는 그림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혹 서점 주인의 꿈은 없나하고 살펴보았답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골목 서점들이 문을 닫는 이 시대에 얼토당토않은 일이겠지요.

‘울주 선바위 도서관 400m’ 아파트 입구에 새로 생긴 표지판입니다. 이것을 볼 때마다 선바위 도서관이 통째로 내 것인 양 가슴이 뜁니다. 기초공사부터 철근 콘크리트를 설치하고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올리는 것을 모두 지켜보았으니까요. 그 도서관이 곧 개관을 합니다. 대양서점의 주인은 되지 못한 나에게 샘물 같은 도서관과 바위처럼 우뚝한 도서관이 저절로 찾아 왔습니다. ‘쾅쾅’ 내 집에 대못을 서너 개 박고 이 동네에 붙박이로 꾹 눌러 살고 싶습니다.

멀리서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길 건너에 큰 도서관이 생겼다고 자랑을 늘어놓았지요. 그녀는 집값이 올라 좋겠다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집값까지 오른다면 이 동네야말로 이상향 아틀란티스가 아니냐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겹겹의 세월을 버텨온 책, 그 책의 바다를 나는 마음껏 헤엄치고 있습니다.

배혜숙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