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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국조의 세상만사]천재로 키우지 말자

천재성은 닦달한다고 드러나는 것 아냐
평범한 학창생활이 천재성 원천 될수도
조바심에 조기 특수교육 받는 것 피해야

2014-05-26     경상일보
▲ 신국조 UNIST 석좌교수·서울대 명예교수·화학

영국의 과학저널인 ‘네이처’지가 얼마 전에 발표한 세계 10대 천재의 1위는 르네상스맨의 표상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이고 10위는 과학도들의 우상인 아인슈타인이다.

천재를 뜻하는 ‘지니어스(genius)’는 원래 고대 로마시대에 어떤 사람, 가족, 또는 장소 등의 수호신을 의미하는 ‘게니우스(genius)’란 라틴어에서 비롯되었다. 하기야 천재란 ‘선천적으로 타고난, 남보다 훨씬 뛰어난 재주. 또는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이니 그를 지켜주는 수호신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동양식 표현을 빌자면 천재란 바로 하늘이 점지해 준다는 것이다.

철학자인 칸트에 의하면 천재는 ‘보통 다른 사람의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개념에 독립적으로 도달하거나 이해하는 드문 능력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또한 칸트는 그의 <판단력 비판>에서 말하기를 ‘천재란 어떤 규칙에 따라 배울 수 있는 무엇인가에 관한 솜씨로 이루어진 성향이 아니라 어떤 확정적인 규칙도 주어질 수 없는 무엇을 만들어내는 재능’이라고 설명하였다. 한 마디로 천재는 보통 사람들과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인 범인(凡人)과 구별되는 사람을 우리는 정도의 차이에 따라 비범(非凡)한 사람, 영재(英才), 천재(天才)라고 부른다. 때로는 IQ로 구별하기도 한다. IQ 140 이상이면 천재들의 클럽인 ‘멘사클럽’에 가입된다고 한다. 부럽다. 나도 천재였으면. 하지만 우리 아이는 천재일텐데. 엄마들의 피가 끓는다. 빨리 IQ테스트를 받게 해야지. 한신대의 김웅용 교수는 한 때 뉴스에 크게 등장했던 신동(神童)이었다. 그의 IQ는 무려 210이었단다. 최근에는 IQ 250의 13살짜리 신동까지 등장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이다. IQ가 매우 높은 천재 신동이 어떻게 교육을 받고,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면 그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여 세상을 크게 바꿀 수 있겠는가. 답은 간단한 것 같다. 사방에 ‘영재학교’가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영재’학교이지 ‘천재’학교가 아니다. 영재는 그래도 불특정 다수의 매우 똑똑하고 우수한 아이들이지만 천재는 하늘이 점지한 탓인지 손가락으로 겨우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또 다른 문제는 천재를 누가 가르치는가 하는 것이다. 칸트의 말에 의하면 천재는 보통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스스로 터득한단다. 그러니 보통의 선생이 가르칠 수도 없고 가르쳐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노벨상 수상자들의 IQ가 모두 140 이상인 것은 아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차드 파인만은 IQ가 125였단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시절에는 IQ 테스트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IQ로 아이들을 재단하고 구분하는 것이야말로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인지 모른다. 세계 10대 천재들은 어려서부터 천재로 자라난 것이 아니었다. 남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더 관심을 갖고 살피고, 또 우연치 않은 행운이 따르다 보니 훌륭한 업적을 남기게 되었고 이로써 사람들이 그 이후에 천재라고 인정하게 된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보통으로 키우자. 비록 천재적인 기질이 엿보인다 할지라고 아이의 행복을 위하여 보통으로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가. 아무리 총명한들 5살짜리가 검정고시에 붙어 대학에 들어간다고 대학생활을 감당할 수가 있을까. 동년배들과 함께 한 학창시절의 소중한 경험이야말로 천재 소년이 훗날 내재된 자신의 천재성을 자연스럽게 발휘할 수 있는 원천이 아닐까.

혹시라도 내 생전에 우리 아이가 천재로 인정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이기적인 조바심에서 아이를 자꾸 검증되지도 않은 조기 특수교육의 수렁으로 몰아넣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보아야 한다. 천재성은 닦달한다고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되면 저절로 발휘될 것이다. 나는 세상을 떠나도 아이가 커서 나중에 훌륭한 업적을 이룬 후에 세상 사람들이 ‘천재’라고 부르게 되면 그 때 천국에서 흐뭇해하면 되지 않겠는가.

신국조 UNIST 석좌교수·서울대 명예교수·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