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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읽는 세계명화](86) 만 레이의 ‘앵그르의 바이올린’

이종연합의 게슈탈트

2014-06-03     이재명 기자
▲ <앵그르의 바이올린> 사진인화, 18×13cm, 1921년작, 프랑스 퐁피두 센터.

오늘날에는 화가를 ‘이미지 생산자’라 부르기도 한다. 사진과 영상 등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작가를 총칭해서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은 이전의 예술 분류방식과 개념으로는 불가능하게 된 현대예술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좁게는 해체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이기도 하다. 현대예술에는 사진과 회화의 구별은 무의미하다.

예시된 작품은 화가이자 사진작가이기도 한 ‘만 레이(Man Ray, 1890~1976)’의 ‘앵그르의 바이올린’이라는 작품이다. 흑백의 사진은 고전풍으로서 한눈에 모델의 관능미가 뛰어나다. 목과 어깨를 타고 내려오는 선은 몸이 가진 간결하고 단아한 형태와 함께 인체의 완전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허리에 새겨진 바이올린 앞판의 구멍인 f홀에 의해 우리의 눈에는 아름다운 여성의 몸매와 바이올린의 형태가 오버랩되어 동시에 느껴진다. 바이올린의 이미지와 모델의 이미지가 놀라울 정도로 하나의 이미지로 형성되어 있어 표현의 재치와 방법이 간결하면서도 절묘하다. 심리적으로 확대를 하자면 음악과 인간의 몸이 겹쳐져 새로운 아름다움의 경지로 우리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작품은 바이올린의 특징적인 형태와 여성의 몸이라는 두 가지의 상이한 형태가 합쳐져 만들어진 형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형태끼리 모여 만들어진 이종연합(異種聯合)의 좋은 형태(Good Gestalt)로 불려지는 형태심리학(Gestalt psychology)의 내용을 가진다. 예를 들자면 넓고 푸른 하늘에 떠있는 작은 구름이 새의 형태와 오버랩되어 느껴지거나 혹은 해거름의 산등성이가 누워있는 사람의 옆얼굴과 오버랩되어 보이는 경우이다.

이러한 형태를 본다면 우리의 심리는 창공에 겹쳐진 구름과 새의 모양을 통해 완전하고도 무한한 자유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산등성이의 얼굴모양은 본래부터 우리의 산천을 지키는 신의 얼굴을 연상하게 하여 알 수 없는 영원함과 숭고함을 느낄 수도 있다. 모두 이종연합의 물리적 시각의 특성에서 비롯된 우리의 시각심리이다.

이미지를 생산하는 현대의 작품은 이와 같은 형태심리학의 특성을 활용하여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미지에서 비롯된 형태심리가 매우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우리의 감정을 만들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를 생산하는 현대의 작가들에게서 게슈탈트심리학은 알아야 할 필수적인 학문이 되는 이유이다. 만 레이의 작품은 매우 상징적이고도 이상적인 좋은 게슈탈트를 보여주고 있는 좋은 작품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시지각적 심리 위에 우리는 해석학적 논리와 개인의 미의식을 덧씌운다.  

▲ 곽영화 화가·칼럼니스트

‘앵그르의 바이올린’은 전문가적인 수준의 취미활동을 의미하는 말로서 신고전주의를 대표하는 프랑스화가 도미니크 앵그르(D, Ingres, 1780~1867)에서 비롯된 말이다. 10대 후반의 어린 나이에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립교향악단의 제2바이올린 연주자를 직업적으로 했던 그를 두고 생긴 말이다. 형태의 선과 윤곽을 관능적으로 강조하여 표현하는 신고전주의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그는 이를 계기로 평생 바이올린을 취미삼아 연주하였다.

만 레이의 작품은 마치 앵그르의 삶을 간파하고 헌정하는 작품이거나 혹은 프랑스의 신고전주의를 상징하는 흠모의 작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곽영화 화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