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공병호칼럼]기업 성금이란 관행…?

사건 때마다 기업이 성금 내는 관행
강제성 배제하고 자발성 강화해서
주주들에 돌아갈 피해 최소화해야

2014-06-05     경상일보
▲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다 좋은 일 하자는데 무슨 문제가 있나요?” 세월호 성금에 관한 기사를 읽다가 떠오른 생각이다. 한 신문은 국내 주요 그룹들이 앞 다퉈 성금을 내고 있다고 전하면서 A그룹과 B그룹은 규모에 비해 성금 액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지적한다. 여기에다 이런 저런 기업이나 그룹들은 아직 성금을 내지 않았다는 질책도 아끼지 않는다. 마치 재촉하듯이 말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각 그룹의 이름과 함께 자산 총액 대비 성금액 비율을 숫자를 표시한 도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 정도면 자발적인 성금 기부라기 보다도 준조세 성격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가 어려운 일을 당하였기 때문에 기업들이 정성을 더해 성금을 내는 일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성금 내기에 동참하는 기업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단지 규모가 일정 이상이 된다는 이유로 늘 참여하는 기업들은 정해져 있다. 정서적인 면을 제쳐두고 엄밀한 사실과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론적으로 기업은 주주의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이해당사자 자본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이해당사자들의 공동 소유를 주장하기도 하지만 옳고 그름을 따지자면 기업은 주주의 것이고 주주의 위임을 받은 사람들이 다른 이해당사자들과 계약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 올바르다. 옳고 그름이란 기준으로 보면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기업이 수십 억원에서 수백 억원을 성금으로 내놓는 일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라는 생각하게 된다. 개인이 자발적으로 사재를 내놓는다면 이는 기부에 속하기 때문에 제 삼자가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엄연히 주식회사의 성격을 가진 기업으로 하여금 의무적으로 갹출하듯이 성금을 내도록 만드는 것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받은 돈을 누군가는 잘 사용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기업마다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규모가 큰 기업 중에는 영업 실적의 부진으로 말미암아 성금 대열에 동참할 수 없는 기업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까지 수십 억원씩을 내도록 하는 일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모든 자원에는 기회비용이란 것이 있지 않는가? 공동으로 기탁한 돈들이 어떻게 사용될지 알수 없지만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단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입장이 정해지고 나면 일률적으로 얼마를 기탁해야 하는 관행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별다른 생각 없이 오랫동안 지켜오던 관행들도 정상으로 돌릴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도 우리가 배워야 할 일은 잘못된 관행들이 얼마나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는가이다. 독자들 가운데 일부가 남긴 댓글에는 필자가 갖고 있는 생각과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 한 분은 “그만 해라. 불우이웃돕기도 아닌데, 도대체 성금을 왜 걷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각 기업이 얼마를 냈든 무슨 상관인가? 원칙적으로 얘기해 보면 사고낸 회사가 모든 것을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라고 문제점을 지적한다.

우리 말에 ‘떼어서 먹다’라는 표현이 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간에 재물이라고 제법 쌓이게 되면 온 주변에서 공세를 취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람의 감정에 미루어 보면 개인의 자발적인 기부가 활성화 되어 있지 않는 형편에서 기업이 이를 대신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런 관행을 이제는 그만두어야 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세월호 사건 때문에 왜, 기업들이 강제적인 기부를 해야 하는가라는 점이다. 그 돈을 갖고 무엇을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법적인 책임에 따라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책임을 분담하는 일이 이루어지면 충분하지 않는가? 천안함 사건처럼 공적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과는 다르지 않는가?

기업의 내부 유보는 생산적인 용도로 활용되어 부의 확대 재생산에 사용되도록 하는 것이 사회 전체로 보면 더 바람직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너무 차가운 주장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기업들의 성금 관행이 계속되겠지만 우리가 고쳐야 할 관행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