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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숙칼럼]‘관광 울산’은 불가능한가

자연·문화유산 등 관광자원 풍부한 울산
5개 구·군 중구난방식 접근에 발전 지장
이젠 울산시가 나서서 성과 내야 할 시점

2014-10-20     정명숙 기자
▲ 정명숙 논설실장

어느덧 여행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여가생활에 큰 비중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연휴라도 닥치면 해외여행은 차치하고 이름난 국내 관광지에도 사람들이 밀물처럼 밀려다닌다. 사람에 지친 마음을 달래려 한적한 곳이라 생각하고 나섰다가 낭패를 당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기가 나빠서 소비가 위축된다고 해도 여행지의 인파가 오히려 늘어나는 것을 보면 이미 생활습관이 된 모양이다.

필자가 최근 아껴 읽을 만큼 좋아하는 책 <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에서 작가 박 로드리고 세희씨는 “여행은 영혼의 식량을 찾는 문화적 유랑”이라고 했다. 한 곳에 머물러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는 우리들에게 자연의 순리에 몸을 맡기는 유목생활과 같은 여행은 창의적 발상과 사고 확장의 계기가 된다. 때문에 여행은 개인적인 성장은 물론이고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도 장려할 만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여행 인구의 증가는 국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유용하다. 관광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적은 투자로도 높은 효과를 발생시켜 경제성이 높다. 또한 자원소모율이 낮은 무공해 산업인데다 문화교류와 친선에도 효과적이다. 대개의 산업이 큰 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과 달리 관광산업은 전국 각지에 고루 퍼져 균형 있는 국토개발에도 기여한다. 그래서 3차산업의 꽃이라고도 한다.

이에 따라 전국의 자치단체들은 약간의 인프라만 있으면 축제를 만들거나 산책길을 조성해 여행자들을 불러 모은다. 최근 필자를 놀라게 한 행사는 10월초에 열린 문경찻사발축제이다. 문경새재길의 1관문에 자리한 드라마 ‘정도전’ 촬영장을 축제장으로 활용하면서 입장료를 5000원이나 받는데도 20여만명이 몰렸다고 한다. 입장료 없이 걸을 수 있는 1관문에서 3관문까지 그 넓은 산책길도 사람들로 꽉 찼었다. ‘경제적 효과’ 어쩌고 하는 황당한 부풀리기가 아니라 이들이 직접 문경시에서 쓰고 간 돈이 얼마나 될까. 7만6245명(2013년 12월31일 기준)의 인구를 가진 문경시가 관광산업이 아니고 무엇으로 이같은 소득을 한꺼번에 창출할 수 있겠는가.

그에 비하면 울산은 분잡스럽기만 하지 소득은 없다. 관광산업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고래축제, 영남알프스억새축제, 처용문화제, 마두희축제 등은 저마다 참여인원을 80만명이니 30만명이니 외쳐대지만 관광형 축제라 할 수는 없다. 태화강이 생태하천으로 거듭나면서 널리 이름을 날렸지만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잠시 떠올랐 뿐 관광지로는 업그레이드되지 못했다. 울산대공원 장미축제는 그나마 외지인들이 더러 찾아오건만 인근 도시 주민들이 당일치기로 다녀가는 곳이기에 경제적인 효과는 미미하기만 하다. 사실상 관광의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라 할 수 있는 울산의 자연환경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처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산악인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대표적 산군인 영남알프스, 대숲이 섬을 이루고 있는 태화강, 기묘한 바위와 솔숲이 장관인 대왕암공원,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간절곶,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 등 우리나라 바위그림 국보 2기를 모두 갖고 있는 대곡천 등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울산만 갖고 있는 유일한 관광자원들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많은 관광자원을 관광산업으로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멀티플라이어>의 저자 그렉 맥커운은 최근작 <에센셜리즘>에서 “어떠한 상황에는 중요한 무언가가 숨겨져 있기 마련”이라며 “본질에 집중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3차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중대한 시기에 놓여 있는 울산시가 그 원인을 찾고 해법을 제시하는데 공을 들이지 않을 이유는 없다. 기초지자체가 중구난방으로 나서서는 관광산업으로 발전하기 어렵다. 울산시가 나서 ‘무의미한 다수’가 아닌 ‘핵심적인 소수’에 집중해 성과를 내야 할 시점이다. 여행하기 좋은 이 가을, 이곳저곳 여행지를 탐색하다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울산의 관광산업이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정명숙 논설실장 ulsan1@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