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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칼럼]젊은 소비자들의 불만

자국민을 봉으로 아는 관행에 반발
젊은층 수입제품·해외 직구에 눈길
애국심 마케팅 이제 더이상 안통해

2014-10-27     경상일보
▲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서울 강남에선 신차 등록의 80% 가량이 수입차이며, 아우디폴크스바겐의 지난 해 한국 매출은 2조원을 돌파했다. 수입차 협회의 한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에게는 애국심 마케팅이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해외직구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한 해만 하더라도 1116만건 1조1029억원이나 되었다.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아닐 수 없다. 대상도 핸드폰, TV, 기저귀, 이유식, 의류 등으로 늘어나고 있다. 타인의 경험을 손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앞으로 날개를 달 전망이다.

이런 현상이 일시적인 미풍으로 그치고 말 일은 아니라고 본다. 최근 몇몇 젊은이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들의 지적이 전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 땅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깊이 들여다 봐야 할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실 너무 비쌉니다. 그동안 국민들의 직접 간접 도움으로 성장해 온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매년 정례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봉’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해외 브랜드나 해외 구매를 선호합니다. 제가 꼭 바보 취급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들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가 든 세대들은 이렇든, 저렇든 애국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젊은 세대은 소득 격차의 확대 문제뿐만 아니라 소비 면에서도 해외 소비자들에 비해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지나치게 국내 소비자들이 비싼 요금을 지불하게 만드는 제도나 관행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니다. 그들이 불만을 드러내는 것에 그쳤다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가격을 넘어서 약간의 분노까지 표출하는 경우를 목격하게 된다. ‘우리’라는 의식이 희박해지는 것은 한 나라의 발전 단계가 올라가면서 피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자신들이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점에 대한 격정적인 불만의 표시는 놀랍기까지 했다. 나이가 든 세대들이 국내 대표 기업에 대해 ‘우리’라는 단어를 떠올린다면 젊은 세대들에게는 철저히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그들’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독과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이런 현상이 그냥 스쳐지나갈 일은 아니라는 점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기업의 관계자들이 젊은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이런 불만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기업에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상층부는 애국심의 세례를 받으면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우리가 이렇게 한들, 저렇게 한들 결국 소비자들은 우리를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는 생각을 할 가능성이 높다. 젊은 소비자들에게 관찰할 수 있는 이런 현상들은 과거 같으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현상은 모바일 기기의 대중화와 소비자를 향한 권력의 이동이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추세가 변경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흐름이라면 우리가 내리는 결론은 명확하다.

기업이 어떻게 하든 소비자들이 체감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과 체감하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억울한 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내 소비자들 스스로 자신이 어떻게 대접을 받고 있는가를 체험하기도 하지만 느끼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대기업들은 본질적 가치에 충실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기업경영의 목표 외에 다른 한 가지를 추가해야 한다. 국내 소비자들 특히 젊은 소비자들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오랫동안 해온 관행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