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정명숙칼럼]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바위그림의 관광자원화

국보급 문화재 가치 썩히는 것 아쉬워
문화행사 열고 암각화 공원 만드는 등
‘관광 울산’ 전면에 암각화 내세워야

2014-11-17     정명숙 기자
▲ 정명숙 논설실장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가 또다시 쟁점이다. 가변형투명물막이(카이네틱댐)에 대한 불안감이 원인이다. 가변형투명물막이는 너무나 긴 시간을 소비해 도달한 해법이다. 그런데 또다시 그 지루한 여정의 출발선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답답하다. 사실상 정답은 없다. 물에만 잠기지 않으면 암각화가 보존되는 것인양 온갖 방법을 내놓고 설왕설래하고 있지만 물에 잠기지 않는다고 해서 훼손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자연상태에 있는 바위벽면의 풍화작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물에 잠겼다가 나왔다가를 반복하면서 더 빨리 진행되는 풍화작용을 조금 늦추는 수준일 뿐이다. 가변형투명물막이를 세우든, 댐 수위를 낮추든, 제방을 쌓아 물길을 돌리든, 어떤 방법으로 암각화를 물에서 건져낸다고 해도 보존 문제는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울산시가 보존문제에만 너무 매몰돼 있을 필요는 없다. 암각화를 관광자원화하거나 문화상품화하는 작업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이 갖고 있는 문화유산 가운데 가장 가치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국보 147호 천전리 각석도 갖고 있다. 바위그림으로서 우리나라에 두개뿐인 국보가 모두 울산에 있는 것이다. 더없이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 숨어 있는 보석을, ‘관광 울산’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자산을 너무 오래 방치하고 있었다. 사실은 암각화 보존문제는 전문가들과 문화재청이 맡아서 해야 할 일이다. 울산시는 오히려 암각화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입장이다. 보존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그 어떤 암각화 관련 행사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동안 울산시의 입장이었다. 워낙 전임 시장의 생각이 완고해서 어쩔 수 없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래야 할 이유는 없다.

축제 홍수 시대에 울산에서 암각화를 소재로한 그 어떤 문화행사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놀랄 일이다. 우선 당장에 해야 할 일은 암각화 축제와 같은 문화행사를 만들어 울산이 바위그림의 도시임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관광객들을 위해 반구대 암각화를 대신할 수 있는 복제품 암각화를 만드는 작업도 진행해야 한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암각화의 훼손은 어쩔 수 없는 일이므로 반구대 일대에 현재 암각화가 있는 비슷한 분위기의 장소를 물색해서 ‘반구대 암각화 Ⅱ’를 만들고 이어 ‘천전리 각석 Ⅱ’도 만들어야 한다. 많은 예산과 시간이 들겠지만 관광자원화 이전에 문화유산 보존 차원에서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므로 국비 지원을 받아도 좋을 일이다. 혹여 바위벽면이 훼손돼 그림을 알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된 암각화를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는 십수년전에 비하면 그림의 선명도가 엄청 떨어진다는 사실을 익히 체험하고 있다.

또한 반구대 암각화에서 천전리 각석까지의 공간을 ‘바위그림 공원’으로 지정해서 관리했으면 한다. 온갖 시설들을 설치하는 놀이공원이 아니라 자연환경을 깨끗하게 정비하면서 온전하게 보존하기 위한 방안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장생포에서 천전리각석까지 산책길을 만들고 고래를 주제로 스토리텔링화해서 널리 알리면 제주도의 올레길 못지 않은 관광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일대는 산악관광자원인 영남알프스와 매우 가깝지 않은가. 잘 엮어내기만 해도 관광자원으로서 손색이 없다.

다양한 방법으로 ‘관광 울산’의 전초기지에 반구대 암각화를 세우자는 말이다. 공연히 보존 논쟁에 짓눌려 선조들이 물려준 문화유산의 가치를 썩히고 있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보존 논의를 심각하게 진행하면서 관광자원화와 문화상품화를 병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울산의 문화유산을 넘어 우리나라, 세계 인류의 자산인 반구대 암각화를 널리 알리는 것도 울산시가 해야 할 의무이다.

정명숙 논설실장 ulsan1@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