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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363)-海帝어둔] 10. 왕과 해제의 만남 <2>

글 김하기 그림 박상호

2014-12-10     이재명 기자
동래부사는 박어둔과 안용복을 포박해 동래부로 압송했다. 동래부사 한명상(韓命相)은 박어둔과 안용복을 동헌 뜰에 무릎 꿇리고 말했다.

“오, 일본에서 무슨 굉장한 일을 하셨기에 연향대청에서 그렇게 요란하게 기생들의 수청을 받으셨나?”

“관수의 초청을 거절할 수 없어 나갔으나 실수한 일은 없습니다.”

박어둔이 당당하게 말했다.

동래부사는 포졸들을 불러 형신(刑訊, 고문을 가며 신문함)했다.

“박어둔, 안용복 네놈들의 죄를 네놈들이 알렸다!”

두 포졸이 좌우에서 붉은 장대 두 개를 박어둔과 안용복의 가랑이 사이에 집어넣어 젖히며 주리를 틀었다.

“으아악. 으악.”

박기산은 가랑이가 찢어지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다 혼절했다.

한 바가지 찬물이 끼얹어졌다.

동래부사 한명상의 추문(推問)이 이어졌다.

“이제 네 죄가 생각나느냐?”

“저는 일본에 가서 도쿠가와 쓰나요시 장군을 만나 담판한 것밖에 없습니다.”

동래부사는 허연 눈자위를 드러내며 말했다.

“네 놈들이 대역죄를 범하고도 그것을 몰라?”

“나라를 사랑한 죄밖에 없습니다.”

“그러하옵니다. 나라를 사랑한 죄밖에 없습니다.”

“나라를 사랑한 죄? 서천 쇠도 웃을 노릇이군. 놈들이 서로 입을 맞추어 대꾸하니 분리해서 형문해야겠다.”

포졸이 안용복을 동헌 안 감영으로 데려가고, 박어둔만 심문을 가했다.

“박어둔, 내가 일러주지. 네 놈은 나라가 엄금하고 있는 방금령(防禁令, 바다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 조선의 법령)을 범했다. 그것만 해도 효수형에 처할 죄인데, 과거 삼복의 고변과 연루된 대역죄인이기도 하지.”

삼복의 고변이란 남인(南人)이 대거 실각하여 정권에서 물러난 사건이다. 이른바 ‘삼복의 변(三福之變)’으로, 인조의 손자이며 숙종의 5촌인 복창군(福昌君), 복선군(福善君), 복평군(福平君) 3형제가 허견과 결탁하여 역모하였다는 것이다. 그 내용은 허견이 복선군을 보고 “주상께서 몸이 약하고, 형제도 아들도 없는데 만일 불행한 일이 생기는 날에는 대감이 왕위를 이을 후계자가 될 것이오. 이때 만일 서인들이 임성군(臨城君)을 추대한다면 대감을 위해서 병력(兵力)으로 뒷받침하겠소” 하니 복선군이 동조하더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모두 잡혀와 고문 끝에 처형되었고 허견·복창군·복선군 등은 귀양갔다가 다시 잡혀와 죽었다.

청남에 속한 박어둔은 삼복의 난과 무관했으나, 천막개의 무고에 의해 울진에 내려간 복평군을 후히 대접하고 함께 역모를 도모했다는 이유로 역모자 중의 한사람으로 지목되었다.

그 일로 인해 박어둔은 울릉도에서 뱃머리를 틀어 일본으로 향했고 그의 항로가 유럽까지 이어졌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