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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365)-海帝어둔] 10. 왕과 해제의 만남 <4>

글 김하기 그림 박상호

2014-12-14     이재명 기자
대마도주 소 요시츠구(宗 義倫)의 글에 인장이 찍히고 그 뒤에 다음과 같은 말이 첨부되어 있었다.



<첨부>1

박어둔 안용복을 죽도에서 데려온 오야(大谷), 무라카와(村川) 양씨는 모두 요나고에 사는 사람들로 대대로 이름 있는 쵸닌(町人, 상인)이며, 그 자손은 지금 마을의 촌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양씨는 마츠타이라 신타로에게 죽도도해면허를 청원하였고, 마츠다이라는 다시 에도로부터 죽도 도해 면허를 받아 줌으로써 양씨는 죽도의 어렵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첨부>2

하지만 나 대마도주가 살펴보건대, 마츠타이라 신타로가 에도로부터 죽도도해면허를 받았다는 것을 신뢰할 수 없다. 예로부터 에도 막부는 바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금제했다. 다만 죽도에 관해서는 대마도의 관할 하에 두었고, 죽도 도해권은 대마도주가 발급하였다. 이로 미루어 보건데 오야, 무라카와 양씨의 죽도도해면허는 스스로 만들었든지 아니면 마츠타이라가 임의로 발급해주었을 것이다. 죽도도해면허는 여전히 대마도 도주에게 있다.



박어둔은 대마도 도주의 조작된 문서를 보고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그 문서를 실제로 믿고 취조하는 동래부사도 우스꽝스러웠다. 박어둔은 자신이 품에 지니고 있는, 도쿠가와와 담판해서 받아낸 진본 국서(國書)를 꺼내 보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그는 꾹 참았다. 지금 보였다간 생명을 걸고 받아온 국서가 갈기갈기 찢어져 파기되고 말 것이다. 나중에 서울로 가서 왕에게 직접 전달해 진실을 밝히고 싶었다.

동래부사가 형신(刑訊)하며 물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네 놈들이 방금을 어기고 울릉도에 건너가 농사와 어업을 하면서 근거지를 만들었다는 것인데 사실이냐?”

“방금을 어겼다기보다 울릉도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드나드는 왜적들을 물리치기 위해 울릉도에 갔습니다.”

“어쨌든 공도정책으로 비워놓은 그 섬을 네 놈들이 불법으로 점거한 것은 사실 아냐!”

“부사 나으리, 법을 따지기 전에 국가의 안위와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울릉도와 자산도가 일본인들의 놀이터가 되었는데 그것을 알고도 보고만 있으란 말입니까. 임진왜란 이후 왜구들이 그 섬에 들어와 제 땅인 양 살고 있습니다. 우리 울산 상단과 뜻있는 사람들이 울릉도에 들어가 그들을 몰아내었고, 전투를 벌이면서까지 왜구들의 침입을 막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들에게 나라에서 상을 줘야지 이렇게 벌을 주시면 되겠습니까. 도대체 나으리는 누구의 편입니까?”

“누구의 편? 난 법의 편이다. 이 놈이 말이 많은 걸 보니 아직도 기운이 넘치는 모양이구나! 얘들아, 이 건방진 놈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줘라.”

부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포졸들이 널빤지 압슬기로 박어둔의 무릎 위를 짓눌렀다.

“으으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