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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366)-海帝어둔]10. 왕과 해제의 만남 <5>

글 김하기 그림 박상호

2014-12-15     이재명 기자
박어둔이 모진 형신을 당하고 있을 때 한양에서 접위관 유집일(兪集一)이 내려왔다.

그는 동래부사 한명상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부사, 당장 박어둔과 안용복에 대한 형신을 멈춰라!”

접위관 유집일은 승지 출신으로 동래부사와 같은 당상관인 정삼품 직급이지만 유집일은 중앙에서 접위관으로 파견된 관리로 더 힘 센 보직이었다.

하지만 중앙에 집권당과 연줄이 있는 동래부사 한명상도 만만치가 않았다.

“이 둘은 국금을 어긴 대역죄인으로 반드시 추문을 해서 사형에 처해야 합니다.”

“나도 모르는 바 아니다. 다만 이 둘이 대역죄가 있다면 한양 경옥(京獄)으로 압송하여 상감께서 직접 국문해 형벌을 내릴 것이다.”

“이곳은 저의 관할입니다. 당연히 추문할 권리가 있습니다.”

“부사, 일단 박어둔 안용복은 조선의 사절로 일본에 갔다 왔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나. 또한 박어둔은 단순한 해척이 아니라 과거에 든 사람으로 울진 현감까지 한 자이네. 말로서 해도 충분히 통할 자네.”

“……”

“사람을 이렇게 고문하여 걸레조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대명률에도 없다. 형신을 풀고 동헌 대청으로 데려오게.”

유집일이 차분하고 합리적인 말과 압도하는 눈빛으로 말하자, 한명상은 마지못해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죄인의 압슬형을 중지하고 동헌대청으로 올려 보내라.”

접위관 유집일은 동헌대청 대들보에 힘없이 기대앉은 박어둔의 귀에 속삭이며 말했다.

“박현감, 미안하오. 나도 한 때 송시열의 우암학당에서 배운 적이 있소. 박어둔의 총명과 담대함을 익히 들어 알고 있소. 하지만 지금 시절이 하수상하니 내 맘대로 소신을 펼 수 없구료.”

“유대감, 풀어준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오. 죽기 일보 전이었소.”

“그럼.”

유집일이 귓속말을 끝낸 뒤 준엄하게 말했다.

“박어둔, 일본으로 건너가서 도쿠가와를 만났다고 했는데 직접 만났는가?”

“그렇습니다. 3년 전에 한번, 올해 두 번 총 세 번 만났습니다.”

“너 같은 해적이 일본의 최고 권력자를 3번이나 만났다니 납득이 되지 않는군.”

“가장 첨예한 국익과 관련되는 울릉도와 자산도(독도)의 영토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도쿠가와를 만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래, 도쿠가와는 울릉도와 자산도가 우리 땅이라고 하던가?”

“그럴 리가 만무합니다. 다만 울릉도와 자산도를 침섭(侵涉, 침입해 건넘)하면 초량왜관을 폐쇄한다고 엄포를 놓아 두 섬의 출입을 금하는 금제를 정하겠다고 했습니다.”

“네 말만 들으면 장한 일을 하고 왔다. 조정에서도 이 번 일로 드디어 장한상(張漢相)을 삼척 첨사로 삼고, 울릉도와 자산도를 수검(搜檢, 수색 검사함)하도록 했다. 다만 여기서 경옥으로 압송해 국문을 받으라는 상감의 명이다. 당장 박어둔과 안용복의 한양 압송 준비를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