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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중의 한시산책(12)]한시와 세밑

2014-12-16     경상일보
 

무심한 세월은 흘러 어느덧 한해의 마지막 달도 중순을 넘기고 있다. 이제 열흘 남짓한 날짜가 지나가면 또 다른 해를 맞게 된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마음은 예전 사람도 오늘날의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연초의 계획대로 업무를 완수한 사람보다 제대로 이루지 못한 그 무엇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해라고 여기는 이가 더 많을 것이다. 필자 또한 한 해를 돌이켜보노라면 아쉬움의 흔적이 남는 게 사실이다.

흐르는 세월은 빠르기가 흐르는 물과 같은데
절후와 사람의 일은 서로 살피지 않네.
한밤중에 점검하니 허물과 회한이 많아
억지로 옛 경전을 대하여 홀로 스스로 부끄러워하네.

冄冄光陰劇水流 天時人事不相謀
中宵點檢多尤悔 強對遺經獨自羞

이 시는 조선후기 학자 윤홍규(尹弘圭)의 <세밑의 감회(歲暮有感)>이다. 연말의 한밤중에 지나간 한 해를 돌아본 시인이 자기에게 허물과 회한이 많은 것을 확인하고 그것을 삶의 잣대라고 할 성현의 경전에 비추어 보면서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인간치고 누구인들 뉘우칠 일이 없겠는가? 그것을 반성하지 않고 지나치기보다 한 번쯤 진솔하게 자기의 본 모습을 되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이 바로 그 적기라고 할 것이다. 현재에 대한 반성을 바탕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세당(朴世堂)은 <세모(歲暮)> 시에서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다가오니 기쁜 마음은 줄어들고, 새해가 오고 한 해가 가니 늙은 얼굴을 재촉하네. 떨치고 떠나가는 지난해를 견딜 수 없거늘, 닥쳐오는 새해를 참을 수 있겠는가?(歲去年來歡意減 年來歲去老容催 不堪舊歲抛將去 可耐新年逼得來)” 라고 한 바 있다.

한 해가 저물기 전에 마음에 거리끼는 일이 있다면 깨끗이 털어버리는 것이 좋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신년을 맞이하기 위해 묵은 찌꺼기를 없애야 할 것이다.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