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연재소설(367)-海帝어둔] 10. 왕과 해제의 만남 <6>

글 김하기 그림 박상호

2014-12-16     이재명 기자
동래부 동헌 대청에서 접위관 유집일(兪集一)은 박어둔과 안용복을 조사했다. 고문과 형신으로 추문한 동래부사와 달리 유집일은 대면질의를 통해 울릉도와 자산도의 사정과 일본에서의 정황을 심문했다.

고문에는 입을 다물던 두 사람이 면담으로 들어가자 얼음에 박밀 듯이 술술 일본에서 일어난 사실을 이야기했다.

유집일이 박어둔에게 물었다.

“그럼, 일본에 갔을 때 에도에서 대우는 잘 받았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에도 막부는 매우 호의적이어서 의복과 호초와 초[燭]를 주어 보냈고, 또한 장군이 모든 섬에 이문(移文, 문서로 전달함)하여 우리들에게 아무 소리도 못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나가사키에 와서부터 갑자기 침책(侵責, 고통을 가하며 책망함)하기 시작했습니다.”

“침책한 이유가 무엇인가?”

“대마도주의 계략 때문입니다. 대마도주 소는 울릉도와 자산도를 자신의 관리 하에 두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대마도에서는 아예 차왜(差倭, 일본차사)를 구워삶아 공공연하게 울릉도 도해를 금한다는 도쿠가와의 국서를 위조하는가 하면, 울릉도 사절인 우리를 초량관수와 동래부사에게 역적으로 보고하게 했습니다.”

“대마도주가 차왜를 구워삶았다고?”

“그렇습니다. 우선 위조한 서계를 보세요. 서계에 울릉도 대신 ‘죽도(竹島)’란 말을 쓰고 있는데 이것은 곧 울릉도는 일본과 대마도의 영토이며 장차 자신들이 차지해 관리하겠다는 야욕의 발톱을 드러낸 것입니다.”

“지금 차왜가 가져온 서계에도 울릉도를 죽도라고 하고 자산도를 송도라고 표현하면서 조선에서 사용하는 울릉도와 자산도(독도)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하고 있다.”

“천부당만부당한 말입니다. 울릉도를 울릉도라고 부르느냐 죽도라고 부르느냐는 매우 중요한 외교적 문제입니다. 만약 차왜가 주장하는 대로 울릉도를 죽도라고 부르게 되면 죽도도해금지를 하더라도 놈들이 송도라고 부르는 자산도(독도)에는 마음대로 드나들며 어렵을 합니다. 그러므로 차왜가 노리는 일도이명설의 덫에 빠지면 결코 안 됩니다.”

“알겠다. 이제야 울릉도와 독도의 문제가 명확하게 이해가 되는구나.”

아니나다를까, 유집일이 박어둔과 안용복의 심문을 마치자마자 차왜가 동래부로 뛰어왔다.

차왜는 접위관 유집일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임진왜란 이후로 왜를 접대하는 접위관은 초량왜관의 관수와 차왜에 대해 관대했다. 조선과 일본의 현안문제가 발생하면 일본의 입장에서 마무리짓곤 했다. 주로 명분과 실리의 싸움 가운데 일본은 명분은 조선에 주고 실리를 챙겼다. 조선관리가 외교와 바깥세계에 어두운 그런 틈을 이용하여 지금껏 초량왜관을 확장해왔고, 울릉도와 자산도를 일본의 실질적 관할 하에 둘 수 있었다. 그러나 유집일은 달랐다. 그는 박어둔과 안용복을 만나 한일관계의 현안에 관해 학습하고 숙지하고 있었다.

차왜는 유집일을 만나자마자 먼저 조선관리가 가장 어려워하는 일도이명설을 끄집어내었다.

“존경하는 접위관님, 지금 조선은 울릉도를 우산도, 죽도라고 하는 두 개의 이름으로 부르고 있어 외교상의 혼란을 주고 있나이다. 이를 죽도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통일하여 주소서.”

“닥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