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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368)-海帝어둔] 10. 왕과 해제의 만남 <7>

글 김하기 그림 박상호

2014-12-17     이재명 기자
유집일은 일도이명설을 거듭 주장하는 차왜 다치바나 마사시게(橘眞重)를 준엄하게 꾸짖었다.

“닥치지 못할까. 네 놈들이 일도이명설을 주장하든 일도일명설을 주장하든, 울릉도와 자산도는 명백히 우리 조선의 섬이다. 외교상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더러운 간계를 더 이상 부리지 말라.”

“접위관님은 지금 두 사람의 사기술에 농락당하고 있나이다. 박어둔, 안용복 두 사람은 원래 해적인 자로서, 울릉도와 자산도 양도 태수와 감세관을 사칭해 일본으로 들어와 융숭하게 대접받고 떠나려는 자들로 우리 대마도주가 이를 적발해 처벌하고 조선 동래부 동헌에 넘긴 자입니다. 특히 수괴 박어둔은 여러 번 조선의 방금을 어기고 죽도에 들어와 일본 어민을 죽이는 등 그 죄상이 심각해 반드시 처벌할 자이옵니다.”

“차왜는 말이 많다. 모든 것은 조정에서 밝혀질 터이니 차왜 너는 조정으로 들어가 변론하라.”

유집일은 박어둔 안용복 두 사람이 죄는커녕 오히려 조선의 국익을 위해 노력했음을 알고 석방하고자 노력했으나 조정의 명에 의해 박어둔과 안용복을 한양의 경옥으로 압송하게 되었다. 스스로 에도에서 임명된 봉행차왜라고 주장하는 다치바나는 실제로 대마도주의 가로(家老)로 대마도의 이익을 쫓는 자였다. 그는 조정에서 왕을 만나는 이번이 울릉도를 확실하게 차지하는 호기라고 생각해 말 열 마리에 금자와 은자를 잔뜩 싣고 부산포 초량왜관에서 한양으로 출발했다.

한 달 뒤 다치바나는 서울에 온 왜인을 위해 서울에 설치한 동평관(東平館)에 들어갔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은 조선과 중국과 교류하여 이익을 얻고 특히 중국 청의 정보를 얻기 위해 왜관을 끊임없이 확대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만평의 두무포 왜관을 십일만 평의 초량왜관으로 확장했고, 아울러 한양의 남산 북쪽 기슭의 남부 낙선방(樂善坊 : 중구 퇴계로 일대)에 동평관이라는 왜관을 설치하였다.

이곳에는 감호관(監護官)·녹사(錄事)·금난관(禁亂官) 등의 관원을 두어 사무와 경비를 담당하고 수시로 조정의 관리와 접촉하여 정보를 빼내 초량왜관의 관수에게 보고했다. 일본 사절의 상경이 거부되면 서울왜관인 동평관에서 외교적인 의례와 무역이 행해졌다. 동평관에도 역시 대마도주의 주재원이 상주해 일본보다는 주로 대마도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특이한 외교 기관이 되었다.

봉행차왜 다치바나 마사시게는 동평관의 감호관 다이라 지로(平 次郞)에게 명령했다.

“지금 조정으로 압송되는 박어둔과 안용복은 과거의 일본 국경 침입자들과 그 성격이 아주 다른 자들이다. 이 두 자는 겁대가리 없이 죽도와 송도 양도의 태수와 감세관을 사칭하며 일본에 들어온 자로서 매우 영악하고 동해바다에 밝은 자로서 자칫 그동안 우리들이 죽도와 송도에서 쌓아온 이익을 한꺼번에 잃게 될까 심히 두렵다. 죽도문제를 다루는 왕과 왕실, 재상에게 뇌물을 잔뜩 먹여 죽도가 일본과 대마도의 관할 하에 있음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 문제라면 염려 마십시오. 지금 조선 임금이 빠져 있는 장희빈이라는 궁녀가 있습니다. 제 아무리 박어둔 안용복이 주장해도 장희빈에게 뇌물을 먹이면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