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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371)-海帝어둔] 10. 왕과 해제의 만남 <10>

글 김하기 그림 박상호

2014-12-23     이재명 기자
숙종이 어근을 장희빈의 옥문에 내리며 말했다.

“중전이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 무엇이오?”

“외척의 개입이라고 생각합니다.”

장희빈은 세종을 사표로 삼고 국가를 운영하려고 하는 숙종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세종은 외척이 있을 수 없었다. 민씨 집안은 아버지 태종이 도륙을 해 없애버렸고, 그 과정에 세종의 고자질도 한 몫을 했다.

“그게 아니오.”

“그럼 무엇이에요?”

“바로 중전의 질투요. 중전은 후덕한 마음을 가지고 후궁과 비빈을 잘 다스려야 하거늘, 마치 승냥이처럼 후궁들을 물어뜯는다는 상선(尙膳, 내시의 우두머리)의 보고가 있었소.”

상선 박대감은 아들(훗날 영조)을 낳은 최숙빈을 장희빈이 불러 뺨을 때리고 목을 졸랐을 뿐만 아니라 신당을 차려놓고 아들과 함께 죽기를 저주한다는 소문까지 들었다.

숙종은 최근 인현왕후를 폐위하고 밖으로 내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었다.

이제는 인경왕후를 보내고 인현왕후를 폐출시킬 만큼 요란했던 장희빈과의 교합도 소금에 절인 배추잎처럼 시들했다.

숙종은 장희빈을 걸터타고 독백을 뇌까리고 있었다.

“인경왕후가 죽고 인현왕후와 혼인할 때 인현의 나이가 14살이었다. 나는 20살로 한창 아름다운 연상이었던 장희빈, 당신에게 푹 빠져 있었지.”

숙종은 아래에서 뭔가 열심히 꼼지락거리고 있는 장희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경국지색이긴 했으나 세월은 이길 수 없었다. 얼굴이나 몸, 아랫도리가 옛날의 미색은 아니었다. 궁중에서는 최숙빈을 비롯해 젊고 아름다운 미색들이 즐비했다. 왕은 불치(不恥)여서 길 가다 궁녀와 마주쳐 색정이 일어 신하들이 보는 당석에서 개처럼 교합해도 전혀 문제삼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로지 자신만을 쳐다봐달라는 장희빈이 안타깝고 가증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내가 인현을 내친 것은 잘못된 것 같아.”

“마마, 무슨 소리예요? 인현은 서인들을 등에 업고 원자를 낳은 저를 저주했어요. 그년을 다시 궁중으로 들여온다면 저는 자진해서 죽겠어요.”

장희빈은 밑에서 앙탈을 부렸다.

인현왕후는 서인과 남인의 정치적 싸움에 밀려 결혼한 지 8년 만에 결국 폐출되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나 숙종은 최숙빈을 만난 지금, 장희빈에 대한 사랑과 열정도 점점 식어가고 장희빈을 비호하는 남인에게도 염증이 나기 시작했다.

타고난 정략가인 숙종은 남인을 물리치고 서인을 들여올 방법으로 장희빈을 내치고 인현왕후를 다시 궁으로 들여 올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물론 인현왕후를 여자로 사랑해서가 아니었다. 이때 숙종의 마음은 이미 영조의 어머니인 무수리 출신 최숙빈에게 가 있었다. 숙종은 호불호가 명확한 사람이었다. 장희빈을 내치고 폐출된 인현왕후를 데려오되 마음은 최숙빈에게 주리라 작정했다.

숙종은 습관대로 장희빈의 몸속에 파정을 했지만 곧 중전의 침전에서 나와 근정전으로 갔다. 곧 대역죄인 박어둔과 안용복의 친국(親鞫)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