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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칼럼]노후, 맞닥뜨려야 하는 불편한 현실

대책없이 맞는 노후라는 막막한 현실
좀 더 멀리 내다보고 미리 계산해서
사회 초년병일 때부터 대비 나서야

2015-01-15     경상일보
▲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언론출판국장

필자는 1955년에서 1963년까지 태어난 1차 베이비붐 세대이다. 인구가 710만 명에 이르는 1차 베이비붐 세대는 전체 인구의 14.3%에 달한다. 지금 그 세대가 명예퇴직이란 불명예스런 이름으로 자신의 오랜 직장에서 내몰리고 있다. 유행가 가사처럼 ‘아니 벌써!’라는 신음이 고통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1차 베이비붐 세대는 비교적 구직난에 시달리지 않고 직장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상업·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평생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실제로 필자가 다닌 상업고등학교는 600여명이 졸업했는데 200여명이 은행에 취업했으며, 400여명이 직장생활을 하며 대학졸업장을 받았다. 고등학교 졸업장으로 삼성이나 현대그룹의 별인 임원을 지낸 친구들도 있었다. 그 친구들이 이제 직장에서 ‘준비하지 못한 노후의 현실’로 내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필자 세대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구 비중이 높은 ‘386세대’ 전체가 2020년 전후엔 법정 정년(60세)으로 퇴직할 인구가 한 해 80만명이 넘는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러한 ‘퇴직 러시’는 2045년까지 30년간 계속 이어진다하니, 기대수명이 90세인 현실에서 그들이 안전하게 새 둥지를 틀 노후의 보금자리가 있을 것인지 필자 자신도 걱정이 된다.

노후 문제로 우리 세대의 풍속도가 변한지 오래다. 예전에는 승진이나, 아파트 평수, 승용차의 종류, 자녀들의 대학진학에 대해 대화가 이어졌다면 지금은 자녀들의 혼사문제와 일찍 늙어버린 것 같은 막막한 ‘노후’에 대해 고민한다. 노후생활이나 설계를 걱정하고 노후자금이나 대책을 이야기 하고 노후에 맞는 직장을 찾기도 한다.

필자는 일찍부터 우리 세대를 일러 ‘부모를 봉양하는 마지막 세대며, 자식에게 봉양 받지 못하는 첫 세대’라고 비유해왔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길고 긴 노후로 나머지 인생이 희망이 아니라 절망일 수 있을 것 같아 걱정이다.

돌아보면 우리 세대 자식들의 현실은 또 어떠한가. 지난해 취업자가 50만 명 이상 늘어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15~29세까지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고인 9%대이다. 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해서 ‘삼포세대’라 불리던 20대가 연애와 사회관계 포기를 더해 ‘오포 세대’로까지 불리고 있다. 이들이 또 무엇을 포기해야 생존할 수 있는지 강단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필자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이제부터라도 좀 더 멀리 내다보고 젊은 친구들에게 취업과 함께 노후를 가르쳐야 할 것 같다. 저들이 맞이할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 몰라도 긴 인생,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방법론을 가르쳐 사회로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회초년생일 때 노후자금을 미리 계산하고 준비한다면 노후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세대는 취업에 대한 고민이 없었기에 노후에 대한 대비도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조진조퇴의 시대’에 필자 세대의 고민이 깊다. 이제 노후는 그냥 그대로 맞닥뜨려야 하는 불편한 현실이다. 울산이 자랑하는 현대중공업 문제도 그렇다.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만 3조원의 영업손실을 낸 현대중공업이 고강도 구조조정을 한다고 한다. 플랜트사업본부와 해양사업본부를 통합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이어 전체 직원의 5%를 넘는 1500명에 달하는 사무직 과장급 이상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현재 1000명가량의 직원들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고 한다. 그 모습에서 산업수도를 자처하는 울산의 자리가 노후로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아닌지 이래저래 불안한 새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언론출판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