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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숙칼럼]일본 나오시마 그리고 울산 ‘5개의 무인도’

동해안에서는 드물게 섬이 많은 울산
버려진 섬 관광상품화한 나오시마처럼
목도·명선도 등 관광자원으로 활용을

2015-01-19     정명숙 기자
▲ 정명숙 논설실장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지은 섬 속의 호텔 베네세 하우스는 아름다웠다. 거친 콘크리트 벽면마저 따듯하고 부드러운 감성이 배어났다. 단정한 호텔방은 자연채광의 온화함이 감쌌다. 복도, 계단, 천장, 창문 모든 게 너무나 인공적인데도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테라스에 나서자 멀리 두갈래 갈라진 소나무 한그루가 바다를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짧게 이어진 방파제 끝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노란 호박’이 차지했다. 전망의 방점이었다.

최근 몇년사이 일본 여행의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나오시마. 3700여명이 사는, 둘레가 16㎞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일본의 대표적 교육기업 베네세 재단과 안도 다다오가 아니었다면 산업폐기물로 버려진 섬이 됐을 것이다. 공연히 안도 다다오에 반해 베네세 하우스를 길게 설명했지만 나오시마는 섬 전체가 베네세 재단에 의해 기획된 예술공간이다. 지추미술관과 베네세뮤지엄, 우리나라 작가 이우환미술관 등 특유의 건축물과 독창적 전시기법이 감동적인 3개의 미술관이 있다. 그보다 더 기막힌 작업은 주민들이 사는 마을안에 있는 집프로젝트다. 사람들이 떠난 빈집 7개를 작가들이 작품으로 꾸몄는데, 흔한 장식의 수준이 아니다. 섬이 가진 묘한 설렘이 미술·건축과 조응하면서 연간 50만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이다. 베네세 재단은 인근 이누지마와 데시마로 예술 프로젝트를 확장해가고 있다. 모두 섬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섬으로 여행하는 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 관광 인구가 증가하고 관광 행태가 전문화되면서 내륙 산악 중심에서 해양으로 다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13년 발표한 ‘섬 관광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섬 관광객은 2014년 1268만명으로 전년보다 7.6%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도 지난 18일 우리나라에는 3000여개의 섬이 있으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해양관광진흥지구를 도입해 투자활성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울산에도 관광객을 불러모을 수 있는 섬이 여럿 있다. 울주군 온산면 방도리 목도, 진하 앞바다의 명선도, 동구 방어진의 대왕암과 슬도, 남구 외항강 하구의 처용암 등. 무인도이긴 하지만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갖고 있다.

목도(일명 춘도·1만5048㎡)는 그 옛날 울산사람들의 대표적 나들이장소였다. 동백나무와 후박나무를 비롯해 사철나무, 다정큼나무, 멍석딸기 등 동해안 유일의 상록수림이 아름드리 들어차 있는 천연기념물 65호다. 아쉽게도, 1992년부터 20년간에 이어 10년을 더 연장해 2021년까지 허가를 받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다. 구경도 못하는 천연기념물이라니. 정부의 섬관광 활성화 정책에 따라 ‘예약제 숲 탐방’이라도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이참에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을 들여놓아 조각공원으로 꾸미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대왕암은 누구나 감탄할만한 장쾌함을 가진 섬이다. 등대가 있는 솔숲, 비파소리가 들린다는 슬도까지 산책로는 부산의 갈맷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진하 앞바다의 명선도는 진도나 제부도처럼 바다가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섬이다. 처용암도 처용설화의 발상지로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가졌다. 공단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은 문제점이 아니다. 산업관광과 섬관광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의외성이 오히려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울산발전연구원이 지난해 6~8월 현대호텔에서 휴양한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울산을 방문하기 전 울산에 대한 이미지를 묻자 90%가 산업도시라고 했다. 해양도시 4%, 생태도시 2%로 나왔다. 방문 후에는 산업도시는 65.3%로 대폭 줄어들고 해양도시와 생태도시는 15%, 11%로 늘었다. 울산이 지향해야 할 이미지로는 산업관광이 44.0%, 해양레저 21.3%, 생태관광 12.7%, 문화유산 5.3% 순으로 나타났다. 울산은 동해안에서 드물게 섬을 가진 해안도시다. ‘5개의 무인도 기행’만 해도 상품성이 충분하다. 섬을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할 시점이다.

정명숙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