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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교실]감동의 졸업식, 또 다른 시작!

2015-03-10     경상일보
▲ 권오준 이화중학교 교사

어릴 적 작은 동네에서 짜장면 집을 운영하시던 이모님은 이웃 동네에 살던 우리 식구들에게 자주 짜장면을 만들어 대접해 주셨다. 한 번은 이모네 짜장면 집에 갔을 때 졸업식을 치르고 난 뒤 동네 형들이 머리에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짜장면을 먹는 모습을 보았다. 우스꽝스러운 형들의 모습이 재미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왜 저렇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도 했었다.

어릴 적 본 동네 형들의 졸업식 풍경은 몇 해 전 까지만 해도 사회적 문제로 언급되던 청소년들의 졸업식 문화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내 기억 속 동네 형들의 모습은 졸업식을 자축하기 위한 하나의 작은 이벤트, 추억이었지만 요즘 아이들의 졸업식 축하 문화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며 우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하지만 졸업 시즌만 되면 잘못된 졸업식 문화 근절의 필요성을 언급하던 언론들도 이제는 점점 잠잠해졌다. 이는 그 동안 몇 년 사이 졸업식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일 것이다.

1학년 때 담임을 맡았던 우리 반 아이들도 지난 달 졸업식을 맞이했다. 졸업식 뒤로 아이들을 떠나보낸 뒤 지금까지도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어쩌면 이토록 그 아이들의 마지막 모습이 내 마음 깊이 자리 잡은 것은 올해 졸업식은 예년과 다르게 더 감동적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졸업식의 1부 순서는 우리 학교 댄스 팀의 무대였다. 멋지게 공연을 펼치고 난 아이들이 마지막 순간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핫식스’라는 이 동아리는 1학년부터 동아리를 만들고 대회도 출전하면서 많은 우정을 쌓은 친구들이었다. 졸업 후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팀원들과의 마지막 무대가 끝나고 얼마나 아쉬웠을까. 뒤이어 무대에 오른 밴드동아리 학생들도 울지 않겠다고 하더니 졸업식 마지막 무대를 마치고 기타를 치던 2학년 친구를 시작으로 눈물바다가 되었다.

졸업식의 마지막 순서는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그리고 그동안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들이 무대 위에서 졸업생 한명 한명에게 졸업장을 수여하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그동안 지도해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서로 얼싸안으며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래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다.

졸업식 후에는 서로 사진을 찍으며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고 많은 학생들이 교무실로 찾아와 선생님께 다시 한 번 작별 인사를 드리고 돌아갔다. 아이들이 떠나고 난 뒤 학교의 운동장이나 주변에 쓰레기 하나 없었다.

졸업을 맞는 아이들이나 이를 지켜보는 선생님들 모두가 뜻깊게 졸업식을 치룬데에는 전교생 400명 남짓의 작은 학교지만 학교체육활성화 창의경영학교와 학생오케스트라학교를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학교 테두리 안에서 마음껏 꿈꿀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아이들과 지난 3년 동안 나 또한 참 많은 활동을하며 가슴 따뜻한 추억들이 참 많이 남았다. 3월, 떠나간 아이들의 빈자리에 새로운 신입생을 맞았다. 졸업한 아이들이 긴장된 모습으로 입학했던 3년 전 그날이 생각난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조금은 긴장된 모습으로 처음 단체사진을 찍던 모습도 떠오른다. 지금 이 순간 고등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3년 전 그 모습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있을 제자들이 문득 그리워진다. 아이들도 담임으로 만났던 3년 전의 나를 생각해 줄까….

권오준 이화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