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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희의 인문학이야기]나눔으로 물들다

나눔 인색하던 시절 창립한 울산나눔회
수많은 지역 단체에 나눔 바이러스 전파
아름다운 울림, 더 넓은 곳까지 흘러가길

2015-03-12     경상일보
▲ 노익희 BUK교육원장

‘人生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라고 말한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의심되어야 하고, 100% 진실인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한다. 끊임없는 반성과 그것을 통한 자각으로 세상은 더 풍요로워지고 더 크게 발전하게 된다고 했다.

‘나눔’이란 말이 어색하던 시절이었던 1995년 어느 봄날에, 반성과 자각을 가진 49人의 울산사람들이 나누고 살자며 울산나눔회를 만들었다. 산업수도의 모습에 맞지 않는 함량미달의 교육과 문화예술 여건 등을 키우고 가꾸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가 높았던 시대였다. 그들은 나눔정신을 가지고 다만 어려운 이웃들에게 ‘넓고 고르게 나누자’며 의기를 모았다. ‘푸른 울산을 지키고, 맑고 밝은 울산을 만들자’며 손을 잡았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통찰력’은 적중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최대 관심사이자 화두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애는 열등했지만 올바른 일을 행하는데 있어서 또는 정당하게 나누는 일에 대해서는 남들보다 앞서겠다는 이기적인 마음을 품고 있었다. 따라서 그들은 나누면서 자기에게 기쁨을 주고, 다른 사람에게 유익을 주었을 것이므로 우리 모두에게 유익이 되었던 것이다. 울산에 수많은 봉사단체와 나눔을 실천하는 모임이 있는 것도 이런 끊임없는 ‘진보의 동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때때로 자기성찰보다 비판적 성찰이 많은 이들이 잠시 우세해 지는 것이 우리 사회다. 의도와 관계없이 정당한 이들이 곤궁해질 때가 많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느 곳이나 자기성찰과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이 월등히 많았었다 하더라도 ‘부정적 의견’만을 품고 미사여구로 서글픈 환경을 만드는 고비를 넘어 서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위기와 고비가 오게 되면 승자는 그 위기와 고비를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비상대책을 세우는 끈기있는 행동을 보인다는 나폴레옹 1세의 말은 그때도 주효했다. ‘약자는 기회를 기다리고 강자는 기회를 만든다’는 손자병법 이환위리(以患爲利)를 잘 실천했기 때문에 창립 20주년을 맞게 된 것이다.

욕망에 의해 흐름이 정지되고 막혀버려, 결국 잿빛 죽음의 그림자로 변했던 태화강이 있었다. 하지만 살리고 말겠다던 리더와 시민들의 힘으로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태화강은 지금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

비교하고 비판하고 의심하는 것이 모든 발전의 시작점이겠지만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던 단재 신채호선생의 말처럼 비판과 의심을 갖고 역사를 기술하지 않는다면 어찌 더 크고 넓게, 더 멀리 성장할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역사를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역사를 기록하는 것은 위대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나눔의 20년 역사를 기록한 것은 울산의 많은 나눔단체들에게 불씨를 지피는 일일 것이다. 소외된 이웃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모두 나눔으로 물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 부문에서만큼은 규모를 줄이기보다는 조직과 사업을 더 확대해야 한다. 정부도 단체도 개인도 말은 줄이고 머리와 손발로 어깨를 맞대고 나눔을 물들여 나간다면 아름다운 태화강과 장엄한 태화루처럼 나눔의 울림은 더 넓고 더 멀리 흘러갈 수 있을 것이다.

노익희 BUK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