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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중의 한시산책(15)]한시와 산수경승

2015-03-17     경상일보
▲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며칠 동안 꽃샘추위가 겨우내 움츠렸던 심신을 한바탕 더 위축되게 하였지만 대지를 감싼 봄의 조짐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부르던 동요 <봄맞이 가자>에 나오는 달래, 냉이, 씀바귀가 모두 밥상에 올라올 뿐 아니라, 봄이면 남녘 사람의 입을 즐겁게 해 주는 ‘도다리 쑥국’도 벌써 그 향긋한 풍미를 자랑하고 있다.

이즈음이면 추위 때문에 주로 실내에서 이루어지던 생활 반경도 야외로 산으로 무대가 넓어지게 된다. 자연스럽게 주변에 널리 펼쳐진 자연에 관심이 쏠리게 마련이다. 기묘한 계곡과 벼랑이 있는 자연 경승을 찾아 사람들은 멀리 떠나는 것을 귀찮아하지 않는다. 굳이 먼 데까지 가지 않더라도 주변에는 활기를 되찾게 해주는 산과 계곡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산의 명성은 푸른 숲에 있지 않고
물의 빼어남은 맑은 물줄기에 있지 않네.
기이한 경관은 다만 바위의 술잔인데
천하에 다시 구하기는 어려우리.
名不靑山在 勝非綠水流
奇觀惟石酌 天下更難求

이 시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남면 교동의 작천정 앞을 흐르는 작괘천(酌掛川) 바위 면에 새겨진 언양 선비 신성표(申星杓)의 한시이다. 이 시에는 <작괘천> 정도의 제목이 어울릴 것이다. 명승 하면 우선 산수가 뇌리에 떠오르지만 그 명성과 본질은 푸른 산과 맑은 물줄기에 있는 게 아니라는 이 생각은 당나라 시인 유우석(劉禹錫, 772~842)의 <누실명(陋室銘)>에서 말한 “산은 높다고 명산이 아니라 신선이 있으면 이름이 나고, 물은 깊다고 신령한 물이 아니라 용이 있으면 신령하다.(山不在高 有仙則名 水不在深 有龍則靈)”는 생각을 변용한 것이다.

작괘천의 너럭바위에는 예전에 신선이 이곳에서 술 마시며 놀다가 떠나갈 때 그 술잔을 바위에 걸어두고 갔다고 하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바위에 걸려 있는 돌 술잔이 세상 어디에서도 다시 찾기 어려운 절묘한 형태의 구혈(甌穴, 돌개구멍, pothole)로 지금껏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한 번쯤 찾아봄 직하다고 추천할 만한 곳이다.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