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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희의 인문학이야기]사월의 노래와 기승전결(起承轉結)

각고의 노력 끝에 우리 곁 돌아온 태화루
울산동헌도 객사도 원 모습으로 되살려
아름답고 추억 넘치는 멋진 도시 만들길

2015-04-09     경상일보
▲ 노익희 BUK교육원 원장

사월이 오면, 복사꽃과 벚꽃이 흐드러지고 목련과 유채꽃이 마음을 적신다. 젊은 베르테르를 생각하고 사월의 노래를 부른다. 이어 사월의 바람은 마음의 골짜기를 들쑤시기도 하고, 흰 구름은 불붙은 마음을 가만히 덮어 준다. 마음을 적시는 사월의 노래는 이렇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는 당시 유럽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패션을 선도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지만 그 베르테르를 따라 자살한 사람도 2000여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 자신의 세 가지 개인적 체험을 들 수가 있는데 샤를로테 부프와의 연애, 친구 카를 예루잘렘의 실연과 자살, 막시밀리아네 브렌타노와의 교섭이었다라고 한다. 그의 소설은 경험의 재구성이었다고나 할까.

그는 본인의 외적 사건들을 연결해 베르테르의 비극을 창조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단순히 실연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적 통념을 깨고 인간 본연의 감정을 살리고 해방된 심정과 정열이 넘치는 작품을 만들어 냈다. 젊은 본인의 내면생활을 유감없이 토로한 것이다. 작품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바로 경험으로 나온 스토리의 구성이 아닐까 싶다.

스토리가 있는 이야기가 400년 만에 우리 품으로 돌아온 울산의 랜드마크 태화루에서 열린다고 한다. 춘풍화기 봄날, 가무악의 향연의 주제로 상설공연이 마련되고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난다. 태화루 문화예술 아카데미. 아름다운 태화강의 진하고 그윽한 향기에 빠지고 태화루의 자태에 사람들은 다시 그 곳을 찾게 될 것이다. 살기에 팍팍한 이 시대에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는 도도한 강물과 굵고 힘 있는 태화루의 현판이 우리를 늠름하게 할 것이다.

참 감사한 일이다. 태화강과 태화루. 세계적인 강을 만들고 태화루 복원의 통합을 주도하던 이들의 고통과 노력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선물이 된 것이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온갖 잡음과 목소리에도 굴하지 않고 만들어진 아름다운 태화강과 다시 돌아온 태화루를 보면서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굴하지 않는 리더들이 우리 울산에는 참 많아 보인다. 왜 그럴까? 그것은 비난을 받더라도 정당하고 올바른 일에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선배들과 군주의 거울을 알고 있는 이들이 많은 이유일 것이다.

기승전결(起承轉結)은 한시의 구성법으로 기구에서 시상(詩想)을 일으키고 승구가 그 시상을 이어 받아 발전시키고, 전구에서 새롭게 전환하고 결구에서 여운을 남기며 끝맺는 구성법이다. 문장 구성에 있어서도 서론·설명·증명·결론과 같은 사단계의 구성으로 응용된다. 인생은 생로병사의 단계구성으로 이어진다. 태어나면 죽을 때까지 늙고 아프게 되어 있다. 지금 당신은 어디 곳에 있는가? 아프지 않다면 늙어 가고 있을 것이다. 내가 그런 것처럼 당신도 그럴 것이다.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단계로 구성돼 있다. 그렇지만 우리 인생은 기승전결의 순서로 딱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만은 않는다.

복사꽃과 유채꽃이 만발하니 조만간 여름이 올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시인 셸리는 ‘겨울이 온다면 봄도 멀지 않으리’라고 노래했었다. 잃었던 것을 찾는 기쁨도 그런 사단계 방식으로 오면 좋을 일이다. 울산 중구의 활기찬 도시재생의 노력을 보면서 동헌보다 격이 높은 울산객사도 돌아오고, 아름답고 추억이 많은 원도심은 더 정겹고 더 푸짐하고 안식할 수 있는 서울의 인사동처럼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도시에 살면서 태화강과 태화루를 바라보고 인생의 기승전결을 맞았으면 좋겠다. 태화강변을 거닐며 사월의 노래를 부르며 사는 우리였으면 참 좋겠다.

노익희 BUK교육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