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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교실]선생님! 저도 ‘용의 전사’가 되고 싶어요!

2015-04-14     경상일보
▲ 권오준 이화중학교 교사

며칠전부터 아파트 엘리베이터 공사때문에 10층까지 계단으로 오르내릴 수밖에 없었다. 계단을 오르며 숨이 턱까지 차오르니 언뜻 떠오르는 친구가 하나 있었다. 바로 ‘포’이다. 포는 영화 ‘쿵푸팬더’에 나오는 주인공 팬더다. 덩치에 비해 체력이 약해 계단 오르는 것을 가장 힘들어 하는 포의 꿈은 ‘용의 전사’가 되는 것이다. 용의 전사는 강한 힘을 가진 절대자로서 쿵푸를 잘 하고 초인적인 능력과 힘을 가진 전사이다. 포는 뚱뚱한 몸과 느린 순발력으로 쿵푸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딱히 용의 전사가 갖추어야 할 재능은 없어 보이는 팬더일 뿐이다. 그런 푸에게 ‘용의 전사’를 뽑는 경연장에서 거북이 스승을 만나는 우연한 기회를 맞고, 스승의 선택으로 용의 전사 후보가 된다. 하지만 스승인 ‘시푸’와 ‘무적의 5인방’인 동료들은 포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포에게는 몇 가지의 장점이 있다. 그 첫 번째가 쿵푸에 대한 열정이다. 매일 아침 잠에서 깨면 가장 먼저 무적의 5인방 흉내를 내며 자신도 그들과 같이 되고 싶다는 열정을 보인다. 두 번째는 방어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여기서 방어능력은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내기 보다는 자신의 몸으로 이를 흡수하는 것으로 웬만한 공격에도 탄력적인 몸은 이를 완전 흡수한다. 결론적으로 푸는 ‘용의 전사’가 된다. 그 과정에 그를 처음에 인정해 주지 않았던 시푸의 역할이 가장 컸다. 시푸는 우연한 기회에 푸가 먹는 것에 강한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을 알고 먹을 것을 가지고 쿵푸훈련에 돌입해 그를 용의 전사로 만든다.

난 이 영화를 보며 크게 두 가지 점에 주목을 했다. 그 첫 번째가 열정이다. 열정은 곧 동기로 어떤 일을 간절히 바라고 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각자가 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다. 각기 다른 열정이지만 자신들이 간절히 되고 싶어 하는 ‘용의 전사’는 꼭 있다. 하지만 용의 전사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면 우리 어른들은 그 것이 쓸 때 없는 시간 낭비로 받아들이곤 한다.

제자 중 A는 랩을 참 잘 한다. 자신이 랩에 관심이 많고 친구들 앞에서도 자랑하며 랩을 하지만 주위에서는 “그거해서 뭐할래!”라는 애처로움 가득한 시선이다. 또 한 친구인 B는 꿈이 유치원선생님이다. 남자가 유치원선생님을 한다니 주위의 아이들과 우리들도 보다 남자다운 직업을 가지는 게 어떨까 추천하며 다른 길을 가도록 설득하려고들 한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이 향하고 있는 열정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다면 그 곳으로 계속 열정을 쏟을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두 번째로 느낀 것이 스승의 중요성이다. 포가 용의 전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스승인 시푸가 포의 동기유발 방법을 찾아 이를 승화시킨 결과이다. 우리 학생들에게도 시푸와 같은 선생님이 많다. 어쩌면 우리 학생들에게 가장 좋은 시푸는 이 아이의 열정이 어디로 향하고 있고 그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기회를 교사의 발판을 통해 딛고 올라가게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발판 중 하나는 바로 교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이다.

학교 내 아이들을 면밀히 관찰해보면 저마다 푸와 같은 재능을 가졌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시푸와 같이 눈으로 아이들을 보지 않으면 그저 아이들은 ‘용의 전사’의 재능이 아닌 그냥 우둔한 한 마리의 ‘팬더’로만 보일 뿐이다. 아이들을 지켜봐주는 우리 어른들의 따뜻한 관심과 말 한마디에 아이들의 미래가 결정될 수도 있다. 나의 말 한마디가 20~30년 아니 내 제자들 평생에 큰 영향력을 준 따뜻한 말 한마디로 남을지 아니면 정반대의 말로 아이들의 꿈을 꺾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며 오늘도 떨리는 마음으로 아이들 앞에 선다.

권오준 이화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