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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교실]네 꿈을 펼쳐라!

2015-05-12     경상일보
▲ 권오준 이화중학교 교사

스타강사로 알려진 김미경 강사는 어느 날 갑자기 음악을 전공하겠다는 아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아들이 적어도 중학교 1학년 때부터는 준비해야 입학할 수 있는 예고를 간다니 얼마나 당황스러웠겠는가. 하지만 아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열심히 지원한 결과 아주 좋은 성적으로 예고에 입학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악보도 볼 줄 몰랐던 아들은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생활을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를 하게 된다.

이 아들이 자퇴를 결심한 이유는 주위 친구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이었다. 시험이 있을 때면 친구에게 시험에 나올만한 곡을 연주해주도록 부탁하고 이 연주곡을 듣고 외워 시험에 임하다 보니 친구들에게 얼마나 부족한 학생으로 비춰졌겠는가! 하지만 김미경 강사는 자퇴한 아들의 사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축! 자퇴’라는 플랜카트를 만들어 거실에 걸어주었다고 한다.

내가 가르친 학생 중에서도 밴드부에서 기타를 아주 멋지게 치는 친구가 있다. 악보를 보기 보다는 그냥 음악을 듣고 통째로 외워버리는 능력을 지닌 친구이다. 다른 멤버들은 악보가 없으면 음악을 연주할 수 없지만 이 친구는 음과 리듬을 다 외운 덕에 분위기를 이끌고 청중을 사로잡기 까지 한다. 김미경 강사 아들과 이 기타 치는 학생의 공통점은 음악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인식된 악보를 정작 볼 줄 모른다는 것이다. 음악에서 악보를 읽지 못한다는 것은 국어에서 글을 읽지 못 하는 것과 같다. 그들에게는 기초적인 음악적 소양은 부족할지는 몰라도 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그것을 즐길 줄 안다.

김미경 강사의 아들은 현재 일본에서 음악을 계속 공부한다고 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본어도 배우고 열심히 꿈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며 말이다. 아이의 인생에서 중요한 요건은 악보를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 낸 리듬과 소리를 타인들과 기꺼이 나누며 즐길 줄 아느냐가 아닐까 한다. 어떤 일이든 즐기는 자를 능가할 사람은 없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꿈을 찾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는 원동력이 된다. 악보를 읽을 수 없다는 것이 조금 불편할 수는 있지만 꿈을 이루기 위한 큰 장애는 아니기 때문이다.

자유학기제의 도입으로 요즘 학교 안에서도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 적극적으로 탐색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새롭고 다양한 직업군을 두루 경험할 기회가 많아진 만큼 저마다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진로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결정한 진로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고 즐기며 할 수 있는 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드넓은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곧은 선을 긋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중간에 끊기지 않고 한 번에 곧은 선 긋기를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그것은 바로 선이 끝나는 지점을 주시하고 한 눈 팔지 않고 그어 나가는 것이다. 주위에서 이렇게 가라 저렇게 가라 해도 자신만의 목표를 보고 달려가는 것이 선을 가장 바르게 긋는 것이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인생의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포기하지 않고 가야 후회가 없다. 물론 쉽지는 않은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만들어 가는 선의 모양새와 방향에 대해 늘 관찰하고 그 과정을 즐기며 그어 나간다면 행복이라는 목표에 조금이나마 가깝게 다가 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삶의 태도를 알려주고 싶다. 사회적 편견과 시선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즐기며 행복을 맛보는 인생을 우리 아이들도 조금씩 알아갔으면 한다.

권오준 이화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