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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희의 인문학이야기]남해 갱번마루(바닷가의 언덕)에서의 3일

변화하지 않으면 불화 맞을 것이라는
지혜로운 선인들의 경고에 집중해야
새 패러다임 준비해 울산 미래 대비를

2015-05-14     경상일보
▲ 노익희 BUK교육원 원장

호메로스, 단테, 셰익스피어와 함께 서구 4대 시성(詩聖)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신록의 계절 5월을 새로운 서정과 언어로 예찬했다. 언어는 그 자체가 심장의 고동이며 사랑의 기쁨인 것이다. 그가 노래한 오월은 이렇다. “오오 눈부시다. 자연의 빛 해는 빛나고 들은 웃는다. 나뭇가지마다 꽃은 피어나고 떨기 속에서는 새의 지저귐 넘쳐 터지는 이 가슴의 기쁨 대지여 태양이여 행복이여 환희여. 사랑이여 사랑이여, 종달새가 노래와 산들바람을 사랑하고 아침에 핀 꽃이 향긋한 공기를 사랑하듯이 뜨거운 피 가슴치나니.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너는 내게 청춘과 기쁨과 용기를 부어라. 새로운 노래로 그리고 춤으로 나를 몰고 가나니 그대여 영원히 행복하여라. 나를 향한 사랑과 더불어.”

며칠 전 열렸던 경상일보의 비즈니스컬처스쿨(BCS)에서 울산과기대 이면우 석좌교수는 그만의 통렬(痛烈)한 언어로 울산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괴테의 오월의 노래’처럼 신선한 ‘울산의 비전’을 노래했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진보하려 하지 않는 리더들에게 반성문과 퇴장을 외치던 노교수의 세련된 일갈은 청중들에게 한국적 W이론이 울산의 비전에 접목될 수 있다는 반성과 고찰을 느끼게 만들었다. 디트로이트의 실패경험에 비추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을 못한다면 흔적도 없이 그 산업과 리더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들은 리더들은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그의 이론 ‘W이론을 만들자’는 서울대 교수시절인 1992년에 주창한 이론으로, 외국 것을 답습하지 말고 한국에 맞는 기술과 산업문화, 발전전략을 통해 우리 실정에 맞는 독창적 경영철학을 세우자는 뜻으로 제시한 이론틀이었다. “변할 것과 변하지 않을 것을 구분하고, 보이는 것을 포기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추구하며 빠른 현상에 집착하지 말고 느린 파문에 집중해야 한다”며 “창의성은 필요성을 파악하고 파악된 필요성을 공급하는 능력”이라고, 또 “유망산업의 수명은 30년이고 현재 울산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시점에 놓여있다”고 역설했다. 더불어 “울산은 3년 이내에 반드시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해 발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의 날씨와 환경은 방패연 날리기에 좋은 기후를 가지고 있다”면서 연 3개를 초 예술적으로 날리는 감동적인 영상 ‘바람의 로맨스(romance of wind)’를 보여 주었다. 울산의 바람은 반구대암각화와 같이 세계 최고이자 최대인 연날리기 대회를 만들어도 충분하다는 이야기가 지금도 귀에 선하다.

언어는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통렬하게, 나지막하지만 강하게 울릴 수 있을 것이다. 70대 노교수의 느릿하지만 마그마같은 ‘오월의 울림’이야 말로 그 자체가 울산의 비전이다.

울산에는 천혜의 선물이 너무나 많다. 반구대암각화, 바람, 태화강, 아름다운 산들, 최고의 대학들, 그리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비난을 무서워하지 않는 리더들, 지식의 확신과 정통성을 가진 지식인들. 가질 것은 다 가지고 있다. 다만 변화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 선착순으로 불화를 맞을 것이라는 지식의 확신성과 정통을 지닌 현자들의 말에 꼭 집중해야할 시기다. 지식은 정통해야 하고 이론과 원리에 입각한 지식사용과 정책입안이 되어야 인재를 뺏기지 않고 미래가 밝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낮게 우정은 높게 잔은 평등하게 하라는, 남해 갱번마루마을에서의 어느 건배가 생각나는 신록이 우거진 지금이다.

노익희 BUK교육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