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정명숙칼럼]현대의 왕회장 정주영과 산업수도 울산

울산 발전에 기여한 큰 인물 중 한명
탄생 100주년 맞아 기념물 제작 필요
기업가·기술자 조명에도 적극 나서야

2015-05-18     정명숙 기자
▲ 정명숙 논설실장

올해는 울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현대’의 창업주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이다. 그는 울산시 동구 미포만 백사장 사진과 거북선이 그려진 오백원짜리 지폐 한장으로 영국의 차관을 얻어 현대중공업을 시작했다. 반드시 자동차를 수출하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며 독자브랜드를 고집, 울산 땅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 포니를 만들어 수출했다. 초등학교 밖에 안 나온 그는 울산에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도 세웠다. 예술인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던 그는 한마음회관과 현대예술관 등 문화공간도 마련했다. 대학병원도 설립했다. ‘현대’는 부정할 수 없는 ‘산업도시 울산’의 과거이자 현재이다. 많은 사람들이 조선과 자동차 산업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지만 울산의 미래도 ‘현대’와 함께 할 것이 분명하다.

정주영 회장은 울산사람이 아니다. 그의 고향은 강원도 통천군이다. 그럼에도 그는 울산의 역사를 통틀어 울산발전에 기여한 바가 가장 큰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오는 11월25일,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그를 기념하는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기념관을 만드는 것도 좋겠고 아산로 입구에 동상을 세우는 것도 고려해 볼만한 일이다. 또는 산업기술박물관에 정주영 특별관을 만드는 것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부산시립미술관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얻고 있는 이우환공간을 별관으로 건립한 것처럼 말이다.

이미 그의 기념관이 현대중공업에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정주영 기념관에는 낡은 구두를 비롯해 그의 일생을 엿볼수 있는 자료가 전시돼 있다. 지난 4월21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회장인 알리 알 나이미 석유광물자원장관도 이곳을 방문했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석한 그는 아람코가 대주주인 S­OIL 온산공장 방문과 함께 정주영 기념관이 있는 현대중공업을 꼭 방문하고 싶어 했다고 한다. 여든살의 그는 1976년 현대가 맡았던 사우디 동부유전지대 주베일 항만공사를 가까이서 지켜보았기 때문에 정 회장에 대해 각별한 애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의 흔적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산교육이다. 그럼에도 그의 기념관을 울산의 브랜드로 만들지 못하고 현대중공업에 맡겨두는 것은 큰 것을 애써 작게 만드는 어리석음이다.

우리는 외국을 여행하면 인물탐방을 빼놓지 않는다. 베토벤, 고흐 등 예술가들의 기념관은 그가 태어난 곳 뿐 아니라 한번 거쳐간 도시마다 만들어져 있다. 기념관을 세우는 것은 위인전을 펴내는 것과 같다. 후진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나아갈 길을 제시해주는 멘토를 만드는 일이다. 잘 만들어진 기념관은 훌륭한 관광상품이기도 하고 도시의 정체성과 품격도 높인다.

정주영 회장뿐 아니다. 마침 그의 탄생 100주년이기에 그에게 초점을 맞추었지만 ‘산업도시 울산’은 기업가와 기술자들을 기리는 상징물을 만드는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울산박물관에 명장의 이름을 붙인 벽을 만들어 근로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었듯이 기업 관련 인물을 발굴하고 조명하는데 인색할 이유가 없다.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를 정유·석유화학산업으로 우뚝 서게 한 SK 최종현 회장도 울산이 기억해야 할 기업가다. 그는 울산대공원을 만들어 시민들의 삶의 질을 대폭 높이기도 했다. 울산이 고향인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울산에 직접 기여한 바는 없지만 재계 5위의 자리에 우뚝 선 그가 울산 출신이라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워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산업수도’를 자처하면서 우리나라 산업을 이끈 인물들을 외면한대서야, 그야말로 모순이지 않은가.

정명숙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