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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화칼럼]힘든 세상과 법치주의

매사 위기로 인식하다 보니 두려움 고조
공격적이고 자의적인 처세가 법을 초월
헌법 가치 존중하는 법치주의 실현해야

2015-06-22     경상일보
▲ 박종화 UNIST 생명과학부 교수

한국인들이 남에게 주제넘는 간섭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을 종종 본다. 나이, 성별, 직급, 권위상 본인이 더 위라고 판단하면 타인에게 갑질을 할 수 있다고 무의식적으로 판단한다. 자기 생각과 조금만 달라도 무시무시한 악플을 다는 사람도 있다. 대기업 대주주의 딸이면 하급 동료직원에 폭행·폭언을 할 수 있고, 출발한 비행기도 되돌릴 수 있는 반 헌법가치적 착각을 하는 세상을 우리가 만들었다. 장소와 시간에 따라 역할이 다를 뿐 서로가 갑을의 악순환 고리에서 비슷한 인간간 고통을 받는다. 사회적 스트레스와 자살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자의적 가치와 권위가 법을 초월해 법치를 통해 지키려한 자유, 행복, 존중, 안전을 스스로가 파괴하는 모순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법을 지키면 손해보는 생각이 들고, 법이 정의를 지킨다고 느끼지 않는다. 심지어 정부 최고위직을 맡게 될 사람들까지 헌법가치와 하부 법칙을 어긴 것들이 청문회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곤 한다.

왜 자의적 관습과 사적 생각과 룰이 사회법치주의 위에 군림하게 되었나? 두렵고 무섭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매사를 위기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수능성적이 낮으면 인생을 망치니 대학 갈 때까지 죽도록 공부한다는 식이다. 입학실패는 일종의 재앙이다. 사업도, 취업도 위기들이다. 스스로와 남들에게 이것 안하면 망한다, 저것 안하면 큰일 난다고 되뇌인다.

이런 위기 풍토에서 사회에 타인과 있으면서도 무섭고, 두렵고, 공황상태가 오게된다. 친구도 경쟁자이고, 상사는 극복의 대상이고, 직장업무는 밤낮으로 전투해서 점령할 고지들이다. 결국 위기속에서 피폐한 개인들은 살아남기 위한 생존본능에 의존하고, 공격적이고 자의적인 처세가 법적 상식을 초월한다. 불법이나 이기적인 편리를 취할 때 더 많은 이익도 있어 보인다. 헌법이 정의를 지켜주지 못한다고 느끼기에 각자 하나씩 헌법을 만들어 한국엔 풍자적으로, 인구수 만큼의 헌법이 있게 된다.

갑을법, 떼법(떼쓰면 통하는), 고참졸병법, 선후배공경법, 우리자식법, 자기종교법 등은 각각의 사적헌법에서 도출된 하위법들이다. ‘자의적 애국법’도 있다. 자신이 애국을 한다고 굳게 믿으면 헌법을 초월한다. 이런 풍자된 법들을 통해 개인들이 원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무섭고 위기가 가득한 세상에서 안전하고 싶은 것이다. 치열한 세상에서 같은 고향출신 선·후배는 배신하지 않는 남이 아니길 갈구한다. 그러나 우리끼리의 ‘동향인맥법’을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적과 두려움을 생산하는 것에 불과하다. 조직폭력배 ‘형님’에게의 충성은 사회의 법적 가치를 초월한다. 그러나 조폭적 사적 단체는 결코 조직원을 보호하지 못한다.

국민이 쫓기는 삶에서 벗어나는 길은 예외없는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인생이 힘든 한 이유는 서로들 인치를 하기 때문이다. 학생에겐 교수가 어렵고 두려운 대상이고, 직장에선 사장과 상사가 어렵고 눈치보이는 대상일 수 있다. 기분대로 목 자르는 왕이 있는 세상은 공포가 가득한 곳이다. 세상의 다양한 레벨에서 인치가 있고, 그 인치의 왕국에서 위기, 공포, 억압을 생산하기에 눈치와 억울함이 있을 수밖에 없고, 행복할 수가 없다.

많은 한국인들에게 필요한 한마디가 있다. ‘괜찮다’이다. 시험을 못쳐도 괜찮다. 대학을 안가도 괜찮고, 친구들보다 직장을 늦게 얻어도 괜찮고, 결혼을 안해도 괜찮다. 우리나라 헌법은 사람들간에 평등하고, 정의롭고, 특수계층없고, 인간존중되고, 약자도 보호되는 자유있는 법치주의 세상을 지향한다. 당당하게 ‘행복하라’고 대한민국 헌법은 말한다.

박종화 UNIST 생명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