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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옥의 디자인이야기(1)]청각을 통한 시각 표현

2015-07-14     경상일보
▲ 이규옥 울산대학교 디자인·건축융합대학 시각디자인 전공 교수

필자는 디자인 발상 수업 시간에 장르 구분 없이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음악을 선별해 10여 분간 들려준다. 이는 청각을 통해 상상되는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발상의 힘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청각과 시각을 아우르는 창의력은 종종 생각지도 못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동일한 오감의 카테고리 안에 있지만, 시각에 비해 청각은 사람에 따라 더욱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일례로 음악을 반복해서 들으면 들을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는다. 반면, 영상물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두, 세 번 이상 보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싫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는 어디서 오는 차이일까?

시각은 청각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해석의 여지가 적고 직관적이면서 즉시성을 갖는 감각이다. 시각적으로 확인한 것이기에 다양한 해석을 시도하기보다 보이는 대로 단정 짓기 쉬운 것이다. 그에 비해 청각은 소리, 혹은 음성만을 듣고 무궁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감각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진행자의 목소리를 듣고 나름대로 외모와 나이, 성격까지 짐작했던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뇌는 시각과 청각의 정보가 동시에 들어오면 시각 정보를 우선 처리한 뒤, 청각 정보를 처리한다. 이처럼 정보의 습득과 처리에 있어서는 단연 시각이 청각보다 우위에 있으나 시각적 소재만으로 감정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힘들다. 드라마 혹은 연극과 영화의 극적인 장면에서 어김없이 음악이 흐르며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듯 시각적 표현에 있어 ‘음’은 훌륭한 발상의 도구다. 필자는 신선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거나 만족스러운 디자인으로 귀결되지 않을 때 ‘음’을 이용해 뇌 속에 잠재된 다양한 경험과 소재를 이끌어내곤 한다. 잠시 일을 중단하고 눈을 감은 채 음의 흐름에 몸을 맡기다보면 어느 순간 새로운 아이디어가 시각적인 이미지로 나타난다. 바로 음악이 가지는 상상의 힘이 시각적으로 발현된 것이다. 청각을 통해 자극된 감성이 시각화되어 새로운 이미지의 디자인으로 나타나는 것. 이것이 바로 감각의 융합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이규옥 울산대학교 디자인·건축융합대학 시각디자인 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