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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통신]‘위기의 울산’ 주글라 사이클을 기억하자

일제히 위기 경고음 내는 경제지표에도
산업현장선 노사갈등 수위 높이고 있어
경제위기 현실화 땐 앉은자리서 당할판

2015-09-03     김창식
▲ 김창식 뉴미디어부 부장

최근 중국 7학년(중1학년) 교과서에 울산이 ‘세계최고 자동차 도시’로 소개됐다는 뉴스가 화제가 됐다. “세계 최고 생산능력을 가진 자동차 제조공장은 유럽도 미국도 일본도 아닌 한국 울산시에 있다”면서 울산의 위치와 경제성장 과정, 자동차 제조공정, 자동차 생산현황을 교과서에 수록한 것이다. 울산이 G2 경제대국인 중국 교과서에까지 소개된 것은 분명 기쁜 일이다.

하지만 울산이 처한 경제상황을 곱씹어 보면 웃고 넘길 일이 결코 아니다. 울산의 주요 기업과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우외환의 역경에 처하면서 사실상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안으로는 주력 제조업은 성장 정점을 지나 하락기로 접어든 징후가 역력하고, 밖으로는 중국경기의 둔화, 달러화 강세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전선이 허물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역 주요 대기업의 수익성 지표는 한마디로 처참 그 자체다. 울산이 자랑하는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8.7%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6.9%로 추락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6.7%) 보다 낮은 수준이다. 세계 조선1위 현대중공업그룹의 영업이익률은 2008년 11.0%에서 지난해 -5.0%로 적자가 났다. 정유업체인 S-Oil은 6.0%에서 -0.9%, SK그룹은 5.9%→ 5.4%로 영업이익률이 미끄러졌다.

수익성이 나빠진 기업들의 현재 가치를 나타내는 주가는 수년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잃어버린 시간’의 함정에 빠지고 만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10년전인 2005년 수준으로 뒷걸음질 쳤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5년전인 2010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는 6년전, S-OIL은 5년전 수준으로 기업가치가 떨어졌다.

대기업 의존도가 절대적인 울산의 실물경제도 급격히 나빠져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다. 울산수출과 지역내총생산(GRDP) 증가율도 지난 2011년 이후 계속 내리막길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직후를 제외하면 울산의 경기가 이렇게까지 후퇴한 적이 없을 정도로 나빠지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울산의 경제지표는 계속 ‘위기’의 경고음을 울리고 있지만, 산업현장에선 마주보고 달리는 폭주 기관차처럼 노사간 갈등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3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영업손실을 낸 현대중공업에는 2년 연속 파업이 진행중이다.

지역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현대자동차도 4년 연속 파업 위기에 처했다. 노조는 지난달 27일 교섭결렬을 선언한데 이어 이달 1일 쟁의 발생 결의와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 쟁의 조정 신청을 했다.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사측에 요구한 일괄제시안에 대한 답변이 불성실하다고 판단, 파업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둔화 위기 속에서도 ‘머니게임’을 벌이고 있는 울산의 자화상이다. 경제학자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기 경기사이클인 주글라(Juglar) 파동의 다음 위기(2018년)가 다가오고 있다며 경고음을 내고 있다. 이 이론이 현실화 된다면 주력산업이 침체된 울산에는 IMF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보다 더 파괴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노사문화가 혁신적으로 바뀌지 않는한 울산은 다음 위기를 가만이 앉아서 당할 가능성도 있다. 머잖은 장래에 중국 교과서에는 울산이 제2의 디트로이트로 몰락했다는 수정 내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 울산은 이미 디트로이트와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김창식 뉴미디어부 부장 goodgo@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