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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옥의 디자인이야기(3)]한입 베어 문 사과

2015-09-08     경상일보
 

사과는 여러 일화에 등장한다. 우리가 떠올리는 대표적인 사과는 에덴동산의 ‘금단의 사과’와 백설공주의 ‘독이 든 사과’, 그리고 뉴턴 만유인력의 ‘낙하하는 사과’ 등 다양하다. 그렇다면 디자인전공 학생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과는? 대부분 ‘한입 베어 문 사과’로 유명한 애플사 로고일 것이다.

‘애플’이라는 회사명은 설립자인 고 스티브 잡스의 아이디어였다. 사과 과수원에서 일하고 돌아온 잡스는 영양가가 풍부한데다가 포장하기도 쉬운 사과를 완벽한 과일이라고 여겼고, 그런 의미에서 회사명을 애플로 지었다고 전해진다. 뉴턴과 잡스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둘 다 사과 밭에서 단지 사과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인지’함으로써 자신만의 창의적인 사과를 얻어냈다는 점이다. 같은 대상을 두고도 어떠한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것이 흔한 과일에서 과학의 발견으로, 혹은 디자인의 원천으로 재탄생 될 수 있는 것이다.

사과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애플사의 첫 로고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상징화한 디자인으로 사과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한입 베어 문 사과 모양의 로고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77년. 로고를 디자인한 롭 야노프는 ‘귀엽게 만들지 말라’는 잡스의 지시로 단순한 색상과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한입 베어 문 사과’를 탄생시켰다. 초기에 롭 야노프는 체리와의 혼돈을 염려해 한입 베어 문 사과에 무지개 색을 입혔으나 1998년부터 지금과 같은 단색으로 다시 디자인 되었다.

애플사는 로고의 이미지와 어울리게 생산하는 제품 역시 불필요한 장식을 없애고 사용자 친화적 디자인을 강조했다. 단순하면서 감성적인 디자인은 독특한 아이덴티티로서 현재까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한입 베어 문 사과와 컴퓨터’라는 엉뚱한 조합의 로고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마니아를 양산할 만큼 유명해졌다. 자연에서 받은 영감으로부터 시작한 애플사의 로고는 단지 인상적인 상징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창조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바로 이것이 디자인의 힘이자 가능성인 것이다. 참신한 시각과 발상의 위대함이다. 울산대학교 디자인·건축융합대학 시각디자인 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