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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옥의 디자인이야기(5)]단번에 통하는 디자인

2015-11-10     경상일보
▲ 이규옥 울산대학교 디자인·건축융합대학 시각디자인 전공 교수

우리는 어느 나라를 여행하든 용변이 급할 때 남에게 묻지 않고 쉽게 화장실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누가 봐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그림문자, 즉 픽토그램 덕분이다. 동그란 얼굴과 단순한 형태의 몸과 팔, 다리, 그리고 남녀를 구분 짓는 파란색과 빨간색 표지는 멀리서 봐도 단번에 남녀화장실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디자인 돼있다. 세계 어디에서나 이 표지를 발견하면 안도감과 친근함에 마음이 놓이는, 그야말로 만국 공통으로 통하는 시각언어라 할 수 있겠다.

픽토그램은 오직 디자인 하나만으로 뜻과 의미를 쉽게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화장실의 픽토그램처럼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일상생활 속에서 수많은 픽토그램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화재가 났을 때 비상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나 낯선 도시 중심가에서 공공주차장을 한 번에 발견할 수 있는 것, 승강기 안에서 지켜야 할 수칙을 빠른 시간 안에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전부 픽토그램이 가지고 있는 디자인적 명료함 덕분이다.

픽토그램은 우리에게 식별하기 쉬운 정보를 명확히 제공한다는 점 외에도 사람들의 주의력을 환기시키며 공간에 미적인 요소를 더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기에 픽토그램은 점점 우리생활 속에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지하철, 공항, 선박, 택시 같은 이동수단의 안내를 비롯해 스포츠 경기, 식당가, 장애인전용, 소화기, 쓰레기통, 금연구역 등 특정 공간의 위치를 표시하기도 하고, 주의, 금지 등을 나타내는 표지까지 어느 곳에서나 픽토그램을 접할 수 있다.

필연적으로 픽토그램은 불특정다수를 전제로 디자인되며 지역과 국경, 언어를 초월하여 누구든지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공공성과 일반성을 지닌다. 하지만 이제 쉽고 빠르게 핵심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픽토그램은 그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도구의 역할까지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도시공간의 미적인 특성을 살리면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디자인이 요구되는 것이다. 거리의 풍경과 도시의 분위기를 함축적 보여주는 창의적인 픽토그램은 앞으로 공공 디자인의 주목해야 할 요소임에 틀림없다.

이규옥 울산대학교 디자인·건축융합대학 시각디자인 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