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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옥의 디자인이야기(6)]행동을 변화시키는 넛지 디자인

2015-12-08     정명숙 기자
▲ 이규옥 울산대학교 디자인·건축융합대학 시각디자인 전공 교수
넛지(nudge)라는 단어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 시키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확장된 의미로는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타인의 선택을 유도한다’로 사용된다. 미국의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와 캐스 선스타인(Cass R. Sunstein)의 저서 <넛지>를 통해 처음으로 알려진 개념이다.

요즘은 디자인의 영역에서 넛지의 개념을 이용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예를 들면 화장지박스에 가득 담겨있는 화장지를 뽑을 때마다 반투명으로 디자인된 지도 모양이 비어 가는 것을 보면서 숲이 사라진다는 이미지를 즉각적으로 연상할 수 있다. 또한, 정수기에서 물을 마실 때 마다 물통에 그려진 지도에서 물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물 부족 국가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이렇듯 간결하지만 의미 있는 디자인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다. 또 하나의 사례는 남자공중화장실 소변기 중앙에 파리 한 마리를 그려 놓았더니 파리를 향한 ‘조준 사격’ 덕분에 소변기 밖으로 튀어나가는 소변양이 80%나 감소했다고 한다. 여러 가지 문장으로 청결한 화장실 사용을 유도하던 기존의 방식보다 단순한 시각적 아이디어 하나가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넛지 디자인은 환경캠페인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최근에는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신선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적극 도입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스웨덴 스톡홀름시의 피아노 계단이다. 에스컬레이터 옆에 피아노 계단을 설치, 이용자들이 계단을 오를 때마다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가 나도록 한 것이다. 전기절약을 이끌어낸 것은 물론 피아노 음률로 청각적 즐거움마저 선사한 이 캠페인은 현재 넛지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로 스톡홀름의 명물이 되었다.

무엇보다 넛지 디자인은 특유의 재미와 아이디어로 강요에 의한 선택보다는 자발적 참여를 끌어낸다. 단순한 규제나 금지를 통해서가 아니라 흥미 유발을 통해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디자인은 더욱 섬세하게 진화해 우리의 선택과 참여의 기회를 넓혀주는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이규옥 울산대학교 디자인·건축융합대학 시각디자인 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