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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순칼럼]일터의 깨진 유리창을 살펴보자

무수한 경고 무시할 때 산업재해 발생
주변의 위험요소 꼼꼼히 살피는 습관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비결

2015-12-28     경상일보
▲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도심 골목에 있는 가게의 유리창이 깨졌다. 가게 주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사람들은 깨진 유리창을 보고 문을 닫은 가게라고 생각했다. 손님의 발길이 뜸해졌다. 깨진 유리창 여기저기에 낙서가 생겨났다. 쓰레기도 쌓였다. 골목 주변은 점점 우범지대가 됐다. 사람들은 가게 주변을 피해 다녔다. 결국, 그 가게는 문을 닫았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다.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공동 발표한 ‘깨진 유리창’(Fixing Broken Window : Restoring Order and Reducing Crime in Our Communities)이라는 글에서 처음 소개됐다. 깨진 유리창을 내버려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된다는 사회 무질서에 관한 이론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을 현실에 접목해 성공한 사례가 뉴욕시의 경우다. 1980년대 뉴욕은 위험한 도시였다. 도심 곳곳에 강력 범죄가 만연했다. 그중에서도 뉴욕 지하철은 대표적인 범죄 공간이었다. 뉴욕시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지하철에 적용했다. 먼저 지하철 역사 벽면을 가득 메우던 낙서부터 제거했다. 낙서가 방치된 상태를 깨진 유리창과 같다고 생각했다. 지하철 낙서를 지우는 데 5년이 걸렸다. 낙서가 제거된 후 놀라운 일이 생겼다. 지하철 범죄가 줄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에는 범죄 발생률이 절반으로 감소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도 깨진 유리창 이론이 적용되어야 할 곳이 많다. 그중 하나가 산업현장이다. 우리 일터에서는 매년 9만명이 넘는 근로자가 다치고, 2000명 가까이 목숨을 잃고 있다. 하루 평균 250명이 다치고, 매일 5명이 목숨을 잃는 셈이다. 이렇게 많은 부상자와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은 위험이라는 깨진 유리창을 산업현장에 내버려둔 결과가 아닐까?

미국의 하인리히는 한 번의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유사한 경미한 사고가 29번 발생하고, 평균 300번 이상의 관련 징후가 존재한다고 했다. 이른바 1:29:300 법칙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대형 사고는 우연히 또는 한순간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사고가 반복된 후에 나타난다는 뜻이다.

우리 일터에서도 부상과 사망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사고의 징후가 존재했을 것이다. 결국, 산업재해는 위험 경고를 무시하고,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거나,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결과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현장의 깨진 유리창부터 없애야 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대표적인 활동이 작업 전 안전점검이다. 안전점검이라는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 현장의 위험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산업재해 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사고 사망재해의 40% 이상이 안전점검 소홀로 발생했다. 화재, 폭발, 질식 사망사고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대형사고도 일하기 전 안전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아 일어나고 있다.

작은 위험도 소홀히 여기지 않는 현장 분위기, 300번의 징후와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일어나는 단계에서 주변의 위험요소를 꼼꼼히 살피는 습관. 이것이 건강한 근로자, 안전한 일터,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실현해야 할 일터의 모습이다.

이제 2015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되돌아보면 올 한해 국민을 불안케 하는 크고 작은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가오는 2016년은 사고 없는 안전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일터와 우리 사회의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지 않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