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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경의 유물이야기(46)]지천에 핀 꽃을 그림 안에 옮겼다

2016-04-05     경상일보
▲ 배은경 울산발전연구원 문화재센터장

지천에 핀 꽃으로 마음이 녹녹해지는 요즘이다. 꽃이 아름답다는 말로 말문을 트고 꽃구경이라도 가야지라는 말로 봄 인사를 대신한다. 자연이 주는 이토록 고고한 아름다움을 우리 선조들도 그냥 지나치기는 아쉬웠을 터. 꽃이나 풀을 새, 곤충과 더불어 조화롭게 그려놓은 그림을 화훼도, 화훼초충도, 초충도 등으로 부른다.

화훼도는 조선시대에 가장 왕성하게 그려졌다. 문헌에 나타난 화훼 화가만 해도 30여명에 이를 만큼 많다. 이들은 전통과 가법(家法)을 이어받아 도화서의 화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18세기 조선의 회화사에 빼놓을 수 없는 문인화가 강세황의 <표암첩>에도 9점의 화조나 화훼도가 담겨 있다. 꽃은 강직한 문인의 마음도 요동치게 했구나 싶다. 조선후기 풍속화의 대가 신윤복의 아버지 신한평도 화훼도를 단아하게 잘 그리는 화원이었다. 조선 전체를 통해 가장 으뜸가는 여성화가로 꼽히고 있는 신사임당의 초충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평가 받고 있다.

▲ 전(傳) 신사임당 <초충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그 외에도 강희안, 윤두서, 정선, 심사정 등 많은 조선의 문인화가 뿐만 아니라 전충효, 장승업 등 직업화가들도 구별 없이 즐겨 그린 그림이 화훼도이다. 6세기경 중국에서 시작된 이래 시대나 성별, 사상 등을 초월해서 그려진 그림이었다.

우리의 소박하고 은근한 멋이 갖가지 화려한 색감의 꽃과 새, 곤충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으로 탄생된 작품들. 그림 한 점에도 관념과 치열한 정치가 있고 고독한 시대사나 개인사가 담긴 것과는 사뭇 다른 절제된 이상향의 표현 같다. 화훼도나 화조도가 이 봄에 유독 끌리는 것이 단순히 지천에 피어난 꽃 때문인지, 지금의 치열함에서 살짝 멀어지고 싶은 심정 탓인지도 생각해보는 아침이다.

배은경 울산발전연구원 문화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