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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경의 유물이야기(48)]청동정병은 울산에도 있었다

2016-06-07     경상일보
▲ 배은경 울산발전연구원 문화재센터장

며칠전 강원도 삼척의 흥전리 사지에서 통일신라시대 청동정병 2점이 출토됐다. 천년 만에 세상 빛을 보게 된 청동정병은 옷을 입은 듯 흙을 묻힌 채 아름다움을 흐트러짐 없이 세상에 자랑했다. 통일신라시대의 청동정병이 발굴된 예가 희귀하기에 놀랍기도 하고 손상이나 파손 없이 고스란히 출토되어 경이로움을 더했다.

정병은 불교에서 사용하는 승려의 18물 중 하나다. 인도에서 발생하여 우리나라에 전해졌다. 깨끗한 물(정수)를 담는 병으로 중생들의 고통과 목마름을 해소해 주는 감로수가 들어 있어 감로병이라고도 하며 관세음보살이나 미륵보살이 들고 있다. 불교가 융성했던 고려시대에 주로 제작됐으며 재질은 청동과 도자기다.

고려 중기 서긍(徐兢)의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은 정병의 모양에 대해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얕은 굽 위에 타원형의 몸체가 올라가고 그 위로 연결된 긴 목에 6면의 주구가 파이프상으로 길게 뻗어 있다. 몸체에는 뚜껑이 있는 나팔모양의 주출구가 붙어 있다. 그 안정된 형태와 유려한 기품은 고려의 양식적 독창성과 예술적 조형미를 한껏 돋보이게 한다.

▲ 장천사지 출토 청동정병(2000년 한국문화재보호재단 발굴조사).

국립중앙박물관에 갈 때 마다 꼭 찾아보는 유물 중 하나가 국보 제92호 청동은입사포류수금문정병(靑銅銀入絲蒲柳水禽文淨甁)이다. 우리나라 정병의 대표선수라 할 수 있는 이 정병은 청동에 은입사 상감으로 장식한 회화적 표현이 단순히 세련되고 정교하다는 말만으로는 미처 다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을 주는 유물이다.

2000년 대곡댐 편입부지 발굴조사가 한창일 때 울주 두동면 천전리의 장천사지(長川寺址)를 발굴조사하면서 비록 완형은 아니었지만 청동정병이 출토되기도 했다. 울산에서도 절터 발굴이 성황을 이루는 요즘 청동정병이 발굴됐다는 소식을 한번더 기대해봄직하다.

배은경 울산발전연구원 문화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