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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경의 유물이야기(51)]울산 앞바다의 100년 연자도 시대

2016-10-11     경상일보
▲ 배은경 울산발전연구원 문화재센터장

그 사람들은 왜 딱 100년 동안만 이 섬을 사용했을까?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울산만의 많지 않은 섬 중 하나로 원시적 아름다움과 미지의 호기심을 담고 있었던 연자도 이야기다. 온산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공유수면을 매립하면서 매장문화재 발굴조사가 이루어졌고 울산 역사의 한 획을 그을만한 문화재들이 순식간에 쏟아져 나왔다. 온돌을 설치한 건물지 21동과 수혈식주거지 6동, 수혈 278기, 금동불상과 고려청자, 기와 등 천여 점의 고려시대 유물들이 4600평 남짓한 섬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사전조사차 처음 섬을 찾았을 땐 사람의 호흡이라고는 닿지 않은 태고의 공간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해풍과 견줄 기세로 빼곡히 자란 대나무와 간간이 그 존재를 드러내는 천년 넘은 건물 부재들, 기와편, 녹록치 않은 유적의 존재를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시간도 많지 않은데다 매서운 해풍에 악천후, 사람의 손으로만 진행해야 하는 얕은 표토 등 최악의 조건이었지만 어렵사리 한 겹 한 겹 제거하자 1200년대 고려시대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그들이 살았던 집과, 사용했던 그릇과, 품고 있었던 불상과, 밤이면 잠을 청했던 베개까지도 고스란히 그 모습 그대로였다.

조사가 끝나고 자료를 몽땅 챙겨 연구실로 돌아와 보고서를 작성했다. 모든 자료를 총망라하니 13세기 전후 딱 100년의 시간만이 이 섬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조사단은 고민에 빠졌다. 왜 하필 100년간만일까. 몽고 침입 때 급히 마련된 해도입보 유적에 무게를 두고 고민을 마무리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찌 딱 그 시간만 사람들이 살다가 한순간에 모두 떠나버렸을까.

그 후로도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던 그 물음표는 최근 느닷없이 닥친 자연재해 앞에서 혹시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순식간에 무너진 집과 길, 비와 바람이 몰고 온 토사로 흔적 없이 묻혀버리는 우리의 일상들. 역사 속 사실들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에 그동안 우린 너무나 거창한 이유만을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왜 하필 100년만이었을까’라는 그 오랜 질문에 이제 이렇게 숙연히 답을 하고 싶어졌다. ‘인간이 자연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존재니까’라고.

배은경 울산발전연구원 문화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