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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철칼럼]누가 고통없는 체질개선을 논하는가

다이어트의 어려움 몸소 체험하며
국가 체질전환의 어려움 미뤄 짐작
개인이든 국가든 고통없인 결실 없어

2018-10-22     이태철
▲ 이태철 논설위원

“에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숨쉬기 운동(?)’ 하나 믿고 오랜 세월 방치해온 몸이 보내는 적신호를 감지한 의사 선생의 권유에 따라 동네 헬스장을 찾은 뒤 몸에 밴듯 부지불식간에 내뱉는 말이다.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지 않으면 늙어 고생합니다”라는 짧은 한마디에 올빼미 생활에 젖은 몸을 아침형으로 바꾸고, 지구 중력에만 맡겨온 몸에 쇳덩이로 압력을 가하려니 적응하지 못한 몸이 자꾸만 비명을 질러댄다. 몸살이라도 난 것처럼 아프지 않은 곳이 없고, 입에선 단내가 난다. 며칠이나 할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드는 순간, ‘윽~ 윽~’ 어마무시한 무게의 역기를 쉼없이 들어 올리는 ‘몸짱 아저씨’들의 충고가 이어진다. “욕튀어 나오는 하루에 하루를 더 보태다 보면 어느 순간 몸의 변화를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그 고통을 즐기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그리고는 종국에는 운동 중독에 이르게 된다”는 자신만의 ‘헬스예찬론’으로 초보자의 섣부른 포기의지를 꺾어버린다.

‘얼짱’ ‘몸짱’ ‘먹짱’ 등 온갖 ‘짱’들이 판치는 요즘이다. 얼굴뜯어 고치고, 몸 다듬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짱’의 품위에 열광하는 것이 결코 어색하지 않다. TV 채널을 점령하다시피한 ‘먹짱’들의 ‘먹부림’도 예외는 아니다. ‘먹짱’들이 다녀 간 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긴 행렬로 이어지고 있다. ‘몸짱’을 따라 동네 헬스장에도 저마다의 체질개선을 꿈꾸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뺄건 빼고, 키울 건 키우려는 저마다의 사정을 들어 체질을 바꾸겠다고 난리다. ‘과잉’과 ‘결핍’이 한 순간에 겹치는 묘한 현장이 아닌가 싶다.

사람에게 있어 과잉이나 결핍 모두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되지만 결핍보다는 과잉이 더 큰 문제로 다가오는 요즘이다.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조화가 필요한데, 현대인들이 ‘다이어트’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다이어트의 사전적 의미는 ‘치료나 체중 조절을 위한 규정식’을 뜻한다. 다이어트는 처음에는 종교적인 목적에서 출발했다. 중세의 수도승들이 종교적인 영감을 얻기 위해 단식을 하였고, 현재도 종교적 행사로서 단식을 하기도 한다. 18세기 초에는 비누를 조금씩 갉아먹는 비누 다이어트가 있었으며, 19세기에는 설사약을 먹는 다이어트가 있었다.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이 감소할 경우 혈당과 혈압이 떨어지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져 심장과 혈관이 튼튼해진다. 그리고 수면 호흡이 안정되며, 관절염의 통증이 감소하고 심리적인 자신감이 생기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다이어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단식을 통한 체중 감소나 급속한 체중의 원상 복구가 일어나지 않고, 별다른 어려움과 부작용 없이 감소한 체중을 오래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이어트의 어려움으로, 종국에는 개인의 체질 하나 바꾸는 것도 이렇듯 힘든데 조직이나 한 도시, 국가의 체질을 바꾸는 일은 얼마나 어려울까하는 생각에 이른다.

산업수도 울산을 바라보는 걱정스런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기존 주력 산업을 고도화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지금의 위치를 유지하는 것 조차 어렵다는 공통적 견해다. 새로이 당선된 민선 자치단체장들도 하나 같이 부진을 보이고 있는 지금의 산업구조를 혁신, 신성장동력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신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장밋빛 미래청사진 제시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이 짙다. 울산의 경제체질을 바꾸겠다고 말하면서도 거기에 따르는 고통에 대해서는 누구도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과연 고통없는 체질개선이 가능할까? 분명한 것은 울산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냉철한 현실인식아래 찾아낸 문제점을 도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체질변화를 위해 저마다 자신의 몸에 맞는 운동방법을 찾고, 땀을 흘리는 것처럼 울산 경제 현실에 맞춘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없이는 울산 경제 체질 개선이 허구에 그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태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