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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찬의 건강지평(56)]한여름 땀 흘리기(perspiration)

2020-08-20     경상일보
▲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장마가 끝나자 하늘은 맑아서 한여름 햇살이 거침없이 쏟아진다. 수마의 습격을 받은 혹독한 재해의 현장에는 홍수처럼 비지땀이 쏟아지고, 지나가는 바람은 깊은 탄식처럼 뜨겁기만 하다. 입추가 지난지도 보름째, 절기상 여름은 끝에 다다랐음에도 폭염은 그칠 줄 모른다. 뜨거운 바람을 따라 우거진 가로수 무심한 잎들이 농밀한 그림자를 출렁인다.

땀 흘리기 좋은 계절이다. 그러나 한여름 땀은 흘린 즉시 보충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도할 정도의 피로가 밀려오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심해지면 정신적인 판단에도 문제가 생겨 여름철 등산객이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우리는 하루에 약 2.5ℓ의 수분을 배출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숨만 쉬어도 하루에 약 1.5ℓ의 물이 빠져 나간다. 폭염 속에 활동을 한다면 땀의 소실속도와 양은 이보다 훨씬 증가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물 섭취 권장량은 1.5~2.0ℓ다. 물은 배출한 양의 절반을 음식에 든 형태로 섭취하지만, 나머지는 물의 형태로 마셔야 한다. 갈증을 느낄 때만 물을 마시면 물 부족에 빠지기 쉽다. 갈증은 물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말해주는 신뢰할 만한 지표가 아니다. 소실된 양의 5분의 1만 마셔도 갈증은 해소된다. 갈증중추가 둔감해진 노인은 특히 그렇다. 그러므로 물은 틈틈이 습관처럼 마셔야 한다.

땀을 통해 체열을 발산시키는 인간의 능력은 인간의 뇌가 커지는 데 기여했다. 뇌는 온도에 가장 민감하기 때문이다. 인간보다 땀샘이 적은 네발 동물들은 대부분 헐떡임으로써 몸을 식힌다. 침팬지는 땀샘이 인간의 약 절반에 불과하므로, 사람처럼 빨리 땀을 내보낼 수 없다. 그러므로 이들의 뇌는 인간처럼 커질 수가 없다. 결국 인간을 오늘날의 인간으로 만든 것은 인간이 지닌 땀 흘릴 수 있는 능력 덕분이었다(빌 브라이슨, 바디: 우리몸 안내서. 까치글방 2020).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우뚝할 수 있는 것이 우리가 흘리는 땀 덕분이었음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의미 있는 활동을 통해 흠뻑 땀을 흘리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진화를 향한 인간 무의식의 열망 때문이다. 그러나 여름철 땀 흘리기는 흘린 만큼 즉시 보충돼야 한다.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