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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련의 독서일기(24)]악마에게도 관심을

2020-12-20     경상일보
▲ 장세련 아동문학가

청소년 폭력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행위가 날로 흉포해지고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도 문제다. 많은 경우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잘잘못을 인식하지 못하는 점은 더 큰 문제다. 그저 심심풀이로, 재미 삼아, 놀이 삼아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연예인이 되어 천사의 모습을 연기할 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배우와 등장인물의 인격까지 동일시하게 된다.

<내가 바로 그 악마입니다>(서석영, 풀과바람)는 이런 문제를 다룬 청소년 소설이다. 주인공 동원은 가정폭력 피해자다. 아버지의 폭력으로 엄마마저 집을 나간 뒤 할아버지와 산다. 그런 데다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의 표적이 된다. 장애인 친구를 괴롭히는 걸 말리다가 자신이 오히려 피해자가 된 것이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악마를 경험하면서 보내는 동원의 사춘기는 온통 벽뿐이다. 그런데 학교 폭력 가해자인 태진은 연예인이 되어 세탁된 이미지로 나타난다. 위로 받을 데도 없고 마음을 기댈 데도 없는 동원은 비틀거릴 수밖에 없다.

청소년 문제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이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측은지심이 생기는 이면이 있다. 대개가 가정폭력 피해자들이라는 것이다. 이유 없이 맞기도 하지만, 정서적인 폭력을 당하는 아이도 많다. 또 공부만 잘하면 어떤 잘못도 이해받는 것도 문제다. 가정폭력 속에 성장한 아이가 폭력범이 되는 경우는 많다. 잔뜩 주눅 들어 기를 못 펴서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간혹 제대로 성장해서 그런 부모의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 극복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토로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 대개는 폭력의 대물림이라는, 듣기에도 불편한 끈을 꼬리표처럼 달고 살기 마련이다.

이 책은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잔인함을 청소년들의 일상을 통해 폭로한다. 흔들리는 청소년의 내면도 직시한다. 폭력은 과연 개인만의 문제인지 은연중에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도 가볍지 않다. 폭력 가해자들을 악마로만 보아서는 안 될 것 같다. 성선설을 주장하지 않더라도 세상에 타고난 악마는 없으므로. 다소 삐딱해 보이는 청소년에게서도 관심어린 눈길을 거두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어른이다. 장세련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