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의 시조산책(95)]혈육(血肉) - 제만자
2021-03-03 경상일보
혈육(血肉) - 제만자
부대끼면 금이 가고 멀어지면 살가운 것
마음 열어 따뜻하여라 반지르르 윤기도 도는
혈육은 세간살이처럼 만져보고 쓸어도 보고
소라 껍데기를 귀 가까이 붙여 소리를 듣는다.
윙윙거려 도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어 약간의 거리를 두고 대었다 떼었다 하면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가 들린다.
부모와 형제간 곁에 있으면 작은 것도 섭섭하고 야속하던 감정이 멀찌감치 살면서 바라보면 늘 그리움이 더해 냉랭했던 마음 풀려 맑은 물소리를 낸다.
느끼는 온도마저 알맞게 높아 순풍에 더욱 정이 돈독해진다. 정갈하게 잘 닦아 정리해둔 가재도구처럼 혈연으로 맺어진 인연은 제 그릇의 모양은 달라도 보듬어 품고 도닥거리며 서로에게 힘이 돼 준다. 김정수 시조시인